<레슬링의 무덤>을 읽었다.
침입자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쳐 기절시켜버린 조앤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어진다.

오늘 반납해야하는데..
반납 전에 표제작인 <축제의 날들>을 읽기로 했다.
꽤 긴 중편이다.


레슬링의 무덤

조앤은 삽으로 침입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원래는 고속도로의 방해물을 치우려고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하던 것이었다. 뉴욕 외곽에는 거북이들이 갈대가 우거진 연못을 떠나 느릿느릿 시골을 떠도는 시기가 있었다. 거북이들은 도자기 파편처럼 도로에 흩어져 있었다. 상자거북은 손으로 집을 수 있지만, 늑대거북을 도랑으로 옮기려면 삽이 필요했다. 다행히 마침 트렁크에서 삽을 꺼낸 참이었다. 퇴비 문제 때문이었다. 조앤의 이웃이 퇴비 통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하다며 불평한 것이다. 
토마토와 옥수수 속대,커피 찌꺼기가 섞여 발효되며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배수로 청소용 호스의 부착물을 빌려주러 온 이웃은 삽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와 흙을 조금씩 번갈아 넣으라고 제안했다. 그런 연유로 삽은 부엌으로 난 문 바로 옆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 P121

낯선 남자는 조앤에게 등을 돌린 채 서서 냉장고 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조앤의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아직 돌아서지는 않은 찰나, 벌새가 먹이통을 공격적으로 빨아대는 기계적인 윙윙 소리가 들렸다. 벌새들은 성격이 나빠서 언제나 나팔꽃 덩굴과 먹이통 주변에서 서로를 쫓아내려고 쪼아댔다. 그들의 엄지손가락만 한 몸뚱이는 악의로 번쩍거렸다. 낯선 남자를 얼마나 세게때려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를 때리는 것이 너무 끔찍한 일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일처럼, 불가피한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삽으로 내리쳐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목이 졸린 것만으로는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 그녀를, 아니면 개를 공격하러 돌아올지도 몰랐다. 그는개들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몸집이 큰 필그림은 그를 공격했다가몇 차례나 발로 차였다. 마치 그저 별 생각 없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듯 잔인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 - P122

조앤은 결심했다. 낯선 남자가 목덜미 털을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곤두세우며 냉장고에서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하려는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 그의 머리를 내리치기로. 그녀는 가냘픈 여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옛날에는 그랬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은 중년 같았다. 그녀의 팔다리는 여전히 탄탄했지만, 몸통은 휴지심 같았다. 조앤의 아름다움은 그녀 자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옛날 사진들을 보던 조앤은 자신이 늘씬하고 감정이 풍부한, 머리칼에 윤기가 흐르는 여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절에는 스스로가 푸석푸석하고 벌레 같은 얼굴에 볼품없이 깡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 P123

온 힘을 다해 내리치기에는 망설여졌다. 그것은 그녀의 본성과 반대되는 일이었다. 우선 그녀가 여자라는 것부터 그랬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삽은커녕 주먹으로조차도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전력을 다할 경우 혹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온전히, 철저히 힘껏 내리치는 게 이치에 맞았다. 그러지 않으면 잠시 기절시키거나 화나게 하는 데 그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수년 전 미술관에서 일할 때 배웠던 지렛대 원리를 떠올리고는 삽의 손잡이 맨 끝을 붙잡았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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