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핀란드가 선사하는 완벽한 날씨라니...
이런 행운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떠나보면 금방 깨닫게 된다.
거기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하늘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여행할 수 있다는 건 더더욱 좋다.
거기다 커피가 또 그렇게 맛있단다.
튀르키예 여행 최적기래서 5월 말 6월 초에 갔던건데 여행 내내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카파도키아 하늘은 바람 불고 흐려서 열기구는 타지도 못했고 다음날도 흐렸다 비 왔다..
파묵칼레에선 느닷없이 강풍을 동반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갑자기 기온까지 떨어져 추위에 덜덜 떨기까지 했다.
안탈리아에서도 흐렸다 해떴다 비와서 습도높고 더운 날씨였고 다음 날 이즈미르에선 땡볕의 습격에 더워 죽을뻔...ㅠㅠ
좀 덥긴 했지만 그나마 이스탄불 날씨가 최적!
다음 튀르키예 여행은 일정을 당겨서 5월 초 정도에 떠나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열기구는 꼭 타고 싶었는데...
아참 튀르키예는 커피보단 차이를 마신다.
하루에 보통 7-8잔 마시는 튀르키예 사람들~~
가운데가 잘록하고 갸름한 유리잔에 유리받침이 있는 ... 홍차...

1년 전부터 기대했던 자전거 타기는 허무하게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아쉽지는 않았다. 예진이도 나도 걷는 걸 좋아했다. 특히 이런 날씨라면 더더욱 걷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늘은 더없이 쾌청했고, 햇살은딱 기분 좋게 내리쬐며 온 세상의 표면에 기분 좋은 반짝임을 선물 포장처럼 한 겹 더 감싸주고 있었다. - P134
평소에 미세먼지에 민감한 편도 아니고, 이제는 거의 무감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 와서 오히려 그 부재를 통해 미세먼지의 존재를 역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라는 게 없는 공기란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말이다. - P134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너무 습하지도 너무 건조하지도 않았다. 신기하게 바람조차 거의 불지 않았다. 상쾌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머리를 흩날릴 정도의 바람은 아니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날씨였다. 단언컨대 이런 날씨는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여행자에게 이렇게 멋지고 완벽한 날씨가 존재할 수 있는 건가? 북유럽 여행은 추울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여름의 북유럽, 여름의 핀란드 여행은 이토록 근사한 날씨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알려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여행하는 내내 계속 들었다. - P135
열흘간의 여행 내내 예진이와 내가 도합 백 번쯤 했던 말, 우리의 유행어는 바로 이거였다. "아니, 서유럽을 왜 가? 파리를 왜 가? 여름에는 무조건 핀란드야!" - P135
우리는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마실 커피를 사기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딱 어울리는 날씨였다. "자전거 못탄게 오히려 좋은 것 같아. 막상 거기 가면 우리 마실 게 없잖아. 사실 호수에서 커피 마시면 딱좋겠다 생각하긴 했거든." - P135
어느새 우리는 신발까지 벗어두고 피크닉 타월 위에거의 눕다시피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구름이 이동하는 것만이 느껴졌으며 이따금 호숫가의 이름 모를 진분홍색 풀꽃들이 조금씩 흔들리며 공기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 P140
"내가 지난 세월 다른 건 다 잊어도 이 호수만큼은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잊히지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찍은 이 호수 사진을 자주, 오래 봐서 그런것 같아.‘ "나 그 사진 뭔지 알아. 호수 위에 별 박힌 것 말하는거지?" 예진이도 그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맞아! 그때부터 거의 10년 동안 그 사진을 컴퓨터바탕화면으로 해놨거든." 호수의 수면 위로 반짝이는 윤슬이 너무나 명확하게찍힌 사진이었다. 네 귀퉁이의 모서리가 날렵하게 뾰족한 마름모 스티커를 수백 개 갖다 붙인 것처럼 찍혀서 처음 모니터로 사진을 확인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까지 생생하다. 예진이의 표현처럼 별을 박아둔 것만 같았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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