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30년 전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정확히 해두자면 30년 전에 그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고 말해야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믿음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지만 내 경우에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몇 가지 낌새와 사소한 조짐, 그리고 애당초 무시해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부차적인 일들이 나타났었다. 마치 자그마한 씨앗 하나가 내 안에서 싹을 틔우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머지않아 땅을 가르고 나와 아직 연약하지만 꿋꿋하게 자라날 이에게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아요!"라고 고함치는 초록의 여린 줄기를 드러낼 것 같았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