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모든 길을 달리고 모든 강을 따라가며, 시선은 무한히 방황한다. 아이의 산만함은 손을 쓸 방도가 없다. 그 산만함이 아이를 대하는 사람들을 나쁜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극도의 난폭함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무슨 생각을 하니? 넌 정말 조심성이라고는 없구나. 내가 수천 번 말했잖니." 우리는 아이에게 수없이 말한다. 어서 크라고 재촉하면서 나이가 주는 단조로움 속으로 아이를 밀어 넣는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말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욕망과 더는 자신을 돌보지 않으려는 은밀한 바람을 알아본다. 하지만 그런 빈말은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 말은 아이의 공상 위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의 장난감보다도 더 부서지기 쉬운 말이다. 게다가 아이는 듣지 않는다. 실제로 그곳에 있지도 않다. 아이는 자신의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가 있으므로. - P37
삶의 아주 초기에, 이미 모든 것은 너무 늦은 것이다. 삶의 아주 초기에, 이미 끝이 찾아온 것이다. 모든 삶은그 기원부터, 그 여명부터 소멸을 향해 나아가도록 정해져 있다. 아이는 자신이 보는 것 속에서 자신의 사라짐을 예감한다. - P37
아이는 자신의 시간을 지배하는 이 소멸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가속한다. 지나가는 모든 것과 함께 지나가고, 모든 것과 섞이며, 자신이보는 것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아이의 부재는 어쩌면 아이라는 존재가 가진 가장 순수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자기 마음속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는 곤충을 만지듯 별을 만지고, 죽어가는 이들의 얼굴을 만지듯 나뭇잎을 만진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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