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고 순수한 소녀들의 우정 이야기 .




어느 날 그녀들

4월 말이었습니다. 벚꽃이 지고 가지 끝에 새잎이 흐드러지게나고 있었습니다.
성미 급한 양품점은 긴자 거리 쇼윈도에 밀짚모자를 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멋으로 레인코트를 팔에 걸친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빼먹고싶어질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었습니다. - P14

방과 후 밀치락달치락 혼잡한 교문 근처에서 마키코가 가즈에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니까 개인주의자가 아주 엄숙하게 강경파 대장을 불러 세운 겁니다.
"가즈에."
"응?"
역시 강경파 스타는 다릅니다.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확히 돌아보며 직립 부동자세로 걸음을 뚝 멈췄습니다.
"저기, 노트 좀 빌릴 수 있을까? 내가 학교를 이삼 일 쉬어서 필기 좀 보려고."
마키코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환절기 감기에 목이 아파 이삼일 결석을 했습니다. 노트라면 학업에 충실한 가즈에에게 빌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 좋아."
사에키 가즈에는 쩨쩨하고 못된 아이가 아닌 듯합니다. 가방을 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P14

"지금 여기 있는 거다 빌려줄까?"
시원시원하게 가지고 있는 노트를 내밉니다.
"고마워. 오늘 밤에 필기하고 내일 곧바로 돌려줄게."
마키코가 또록또록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별 다를 게 없는 대화입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흔한 풍경입니다.
- P15

하지만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클레오 여왕, 아이바 요코입니다.
지금 요코는 마키코가 가즈에에게 노트를 빌리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요코는 아마도 속으로, ‘지루하게 노트는 무슨 노트야. 영화스틸 사진이라면 나도 많은데ㅡㅡ‘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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