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사전은 모두 옳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 저승길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저승길의 뜻풀이를 그대로 열명길에 옮겨서 넣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승-길[저승길]
<명사>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
≒열명길, 황천길.
저승길을 떠나다.
그들도 웅보가 양반들처럼 만장 휘날리며 꽃상여 타고 저승길 떠나는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저승의 의미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이므로 저승길을 저승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에서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 풀이하는 것은 맞지만 열명길이 저승길과 유의어라고 해서 저승길과 똑같이 뜻풀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P290

가령 샛별, 금성, 개밥바라기, 태백성이 유의어라고 해서 그 뜻풀이를 똑같이 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바탕으로 뜻풀이를 해야 하지요. 열명길을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 풀이함으로써 현재의 기술은 열명이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즉 저승과 유의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 P290

<이상곡>에 등장하는 ‘열명길헤‘라는 의미 미상의 표현이 ‘열명길→시왕길→ 저승길‘이라는 오해를 거쳐 국어사전에 ‘사람이 죽은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풀이와함께 버젓한 용례를 가진 현대어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이제라도 사전에서 열명길을 옛말로 의미 미상이라고 기술해두는 것이 타당하겠으나 이미 현대어에 자리를 잡고 버젓이 용례를 갖추고 있으니
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어휘력을 신장시킬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 사전을 충실히 공부하여 사라져가는 말들을 되살려 쓰려는 시도가 장려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열명길과 같은 유령어가 나타나 자리 잡는 현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 P291

사전 편찬자의 책무가 막중함을 느낍니다. 사전에는 온갖 전문적인 용어가 나옵니다. 사전 편찬자들은 모든 분야를 망라해 아는 전문가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기존 사전의잘못을 답습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겠지요.
우리는 단어의 용법이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싶을 때 사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되 사전에서 기술하고 있다고 하여 모든 말이 다 옳다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상하다 여겨지면 비판을 할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지요. 사람은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인지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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