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거의 파괴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던 윌리엄의 걱정이 곧 현실이 되었다. 
그가 월급의 용도를 꼼꼼히 분류해 놓았는데도 월말이면 항상 돈이 부족해서, 여름학기 강의를 하며 모아둔 보잘것 없는 예비비가 매달 꾸준히 줄어들었다. 
집을 산 첫해에 그는 이디스의 아버지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날짜를 두번 놓쳤다. 그러자 재정계획을 탄탄하게 짜야 한다고 차갑게 꾸짖는 편지가 날아왔다. - P142

그럼에도 그는 이 집을 소유하게 된 것이 점점 기뻐져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위안을 얻었다. 1층 거실 옆에 있는 그의 서재에는 북쪽으로 높게 창문이 달려 있어서 낮에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었다.
나무로 된 벽은 세월의 풍요로움을 안고 은은히 빛났다. 지하실에는 상당량의 판자가 있었는데, 먼지와 곰팡이 투성이기는 해도 서재의 판벽널과 같은 판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판자들을 손질해서 책꽂이를 몇 개 만들었다. 언젠가 책에 에워싸인 서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중고 가구점에서 낡아빠진 의자, 소파, 아주 오래된
 책상을 몇 달러에 사서 몇 주 동안 수리했다. - P142

이렇게 꾸민 끝에 서재가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비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지 하나가 묻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따라서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그가 책꽂이를 만들기 위해 낡은 판자들을 사포로 문지르자 표면의 거친 느낌이 사라졌다. 낡은 회색 표면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면서 나무 본래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더니, 마침내 풍요롭고 순수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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