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실 ~~ 2. 발견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여신 중 하나의 이름은 타키타다. 침묵하는 여신이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망자의 날, 그녀를 위무하려는 신자들이 입을 꿰맨 물고기를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제신에게 안성맞춤인 제물이었다. 죽음은 입이란 입을 모조리 꿰맨다.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이 언어에 거역한다. 죽은 자들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 산 자들은 죽음을 체험하여 말할 수 없다. 애도하기 위해 적합한 말을 고르는 일조차 대단히 어렵다. 우리는 애도하기로부터 애도에 관해 배우지만, 이는 외롭고 새로울 게 없는 지식이며 묘사하기도 어렵고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개별적이다.  - P97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죽음과 마주한 이를 위로할 때 스스로가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무슨 말을 하건 정확하지도 않고 도움이 되지도 않는, 뻔하고 진부한 얘기만 늘어놓게 된다는 걸 알고 짜증스러웠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로 애도할 수 있는 다른 유일한 사람인 언니와 대화를 나눌 때조차도 언니의 슬픔이 내 슬픔보다도 고통스러웠는데 그때도 내가 한 번이라도 위로가 되거나 유용한 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그저 장례를 치르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오후에 언니와 전화하는데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우리 둘 다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서글프게 깨닫고 그저 "어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 P97

그래서 아버지의 침묵이 그토록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리라. 그 침묵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침묵은 내가 그 실체를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동안 영구하고도 전격적인 상실이 찾아오기 전 살짝 맛을 보여준 것이다.  - P98

한 의식의 소멸이란 숨이 턱 막히는 일이다. 
거리를 두고 보면, 역사의 여명 이후로 이런 상실은 날이면 날마다 매시간 일어나는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가까이서 봤을 때, 한 우주가 순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건 충격적이다. 나는 아버지를 잃었고, 아버지는 전부를 잃었다. 병원에서 아버지의 침묵이 예언했던 건 이처럼 절대적인 상실이었다. 정신이 끝자락에 도달했으며, 자아가 최종 장을 맞았다는 것, 더는 항구나 도시, 시, 세상의 일부일 수 없다는 것. 시인 W. H. 오든W. H. Auden은 예이츠가 사망하자 이렇게썼다. "그는 자신의 숭배자가 되었다." 이제 아버지를 사랑했던 우리는 그가 남긴 전부가 되었다.
- P100

... 애도하는 우리에게 남은 건 기억뿐이기에 우리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헷갈려하지만, 당연하게도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가 슬퍼하는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 이 시점부터 내 인생에 있을 모든 일들을 아버지가 볼 수 없다는 것. - P103

나는 여전히 거의 매일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모든 곳에 시선을 보낸다. 사진에서, 읽던 책에서, 내가 쓴 문장이 내는 소리와 내 생각들의 형태에서, 어머니와 언니에게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서, 낯익은 아버지 지갑(이제 아버지 곁에 있지 않게 되었으므로 안전해진)을 보면서 아버지의 부재를 마주친다. 그중 몇몇은 내 아버지였던 사람에 대해, 잠시 멈추어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 몇몇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울하고 애매한 감정이 든다. 의자처럼 일상과 관련된 기념물memorial은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환히 빛나고 있기에 내가 밝힐 필요가 없는 양초다. 이 모든 것들은 집단적으로 세상을 조금 덜 불완전하게 하는 일에 봉사한다. 아버지와는 다르게 이런 것들은 아직 여기 존재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이들을 만들어낸 사랑처럼 지속적으로. 이것이 상실의 근본적인 역설이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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