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도로변은 땅이 축축하고 황새풀이 몸을 떤다. 다른 차는 없다. 이 풍경 위에서 수리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아이스하키의 퍽처럼 공기 위를 스르르 움직인다. - P70
나는 잠시 수리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다. 아까보다 거리가가까워져서 머리 바로 위를 지나갈 것만 같다. 망원경으로 녀석을추적하려고 하는데 녀석은 제법 낮게 내려오더니 도로를 가로질러반대편 언덕 기슭으로 미끄러져 간다. 육상으로는 1킬로미터 정도거리지만 그 길을 걷는다면 발목이 뒤틀릴 것이다. 이제 녀석은 빙글 돌아서 몸 위쪽의 색깔금색보다는 금갈색에 가까운을 보여준다. 그러더니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상승 기류를 타고 다시 공중으로 스르르 올라간다. 투명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 같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기로 마음먹은 듯 날개를 빠르게 네 번 휘젓고는 다시 공기에 몸을 맡긴다. - P71
몇 주 후에 나는 글라이더 파일럿인 지인에게 공기의 느낌이 어떤지 묻는다. 공기의 결이 정말로 다양한가요? 그걸 느낄 수 있나요? "그럼요!" 그녀가 말한다. 글라이더를 타고서도요? "물론이죠. 운전할 때 도로 표면만큼 다양하고 갑자기 변하기도 해요. 몸으로 느껴져요. 글라이더도 느끼죠. 글라이더는 엔진 같은 추진체가 없으니까…………. - P71
그러더니 내가 거들지 않았는데도 말을 잇는다. "가끔 독수리처럼 큰 새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 걔들은 우리보다 공기를 훨씬 많이 느끼고 훨씬 예민해요. 상승 기류를 느끼면서 공중을 빙글빙글 돌잖아요. 그건 호수에서 수영하면서 온기와 서늘함을 번갈아느끼는 것 같을 거예요." - P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