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혁명

우리가 이브를 어떻게 보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론적으로 이브는 태초의 여성이자 생명의 어머니입니다. 그녀는 성서 속 존재지만 신화는 우리의 실재를 지배합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경계를 쌓아올립니다. 이야기는 우리 행위와 삶의 건축가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이브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그녀를 종교적 인물이 아니라 원형적 인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준 많은 원형적 여성 중 하나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P345

이브가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고 세뇌당하고, 이브가 순종을 강요당하기 전의 이야기, 

달과 별들의 물결 속에서 춤추던 그녀가 춤을 멈추기 전의 이야기, 

손길로 치유하고 미래를 보고 대지와 한 몸이 되기 위한 그녀의 힘을 땅속에 묻기 전의이야기를요. 

그녀가 기쁨을 끝없이 느끼는 법을 알기 전,
그래서 남자들이 세상과 자기들을 위해 여자들을 이용하는 법을 알기 전의 이야기. 

그녀가 기분 좋은 감정을 부끄러워하기 전의 이야기.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죄책감을느끼고 자신의 두뇌 크기를 부끄러워하기 전의 이야기,

자기 의견을 숨기고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을 사과하기 전의 이야기. 

출산이 벌이 되고, 남자에 대한 사랑과 봉사가 의무가 되기 전의 이야기. 

그녀가 분노를 삼키고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억누르기 전의 이야기.
......

이 모든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이브는 열매를 먹었습니다. 그녀의 갈망이 지나온 궤도가 우리가 되돌아갈 길이었기에, 그 열매가 바로 기억을 담은 회상의 묘약, 최초의 결합을 위한 최음제였기에 이브는 열매를 먹은 것입니다. 이브는 힘을 되찾고 그녀가 잘못된 정원에 떨어져 인질로 잡히기 전에 알고 있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열매를 먹었습니다. - P347

그리하여 이브는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완전하고 독립적이며 에로틱한 자신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요. 관대하게 아담에게도 이를 권했고요. 그러나 곧장 징벌과 수치심, 죄책감, 억압이 그들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그곳에서 쫓겨난 후로 그들은 내내 안과 밖을 정처 없이헤매며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애썼습니다. 이브는 더 깊은 앎으로 가는 문을 연 죄로 내쳐진 거예요. 우리는 아버지의 정원, 아버지의 집, 실체 없는 지성의 세계 바깥에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혜안을 가진 유목민이에요.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추방되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찾아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것은 정말, 그냥 태초에 있었던 우리의 세상을 기억해 내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 P349

이브는 아담에게도 신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며 그 일을 행하고 나면 뒤따를 일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화를 사, 자신이 물려받은 모든 유산과 정당성, 이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가부장제라는 안락한 신기루에서 영원히 추방될 것임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제가 이렇게 상기합니다. 그들은 이브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최초의
내부 고발자가 되었어요. 자신이 잘못된 정원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열매를 베어 물고 씹고 목구멍 안으로 삼켜 자기 혈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새빨갛고 달콤한 열매는 기억을 불러오는 묘약이었지요. 그녀 안에 정의와 환희, 기쁨, 평등, 사랑, 연대를 향한 갈망이 폭포처럼 넘쳐흘렀기에 이브는 열매를 베어 물었습니다.  - P352

우리는 지금 가부장제로 오염된 자본주의자들의
황폐한 정원에 갇혀 기업이라는 아버지 신에 순종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치 그들이 우리를 진짜 염려하기라도 한다는 듯이요. 성찰도 깨달음도 없이 나른한 자기들끼리 낙원이라 부르는 이곳이 마치 진짜이기라도 한 것처럼요. 유혹적인 소비지상주의와 전체주의적 감시, 기업이 소유한 미디어, 공허하기만 한 셀러브리티 문화, 인터넷 관음증과 괴롭힘으로 뒤범벅된 이곳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착각한 채로 말이에요. 
이브는 이것들이 신기루임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진짜 정원, 태초의 정원을 갈구했어요. 그러니까 하느님 아버지가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이땅에 자기 질서와 폭력, 징벌을 심기 이전의 정원을 원한 거예요. - P358

이브는 급진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급진적 radical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왜냐면 그것은 뿌리를 찾아간다‘는 뜻이니까요. 여러분, 지금이 바로 급진적인 변화를 꾀할 때입니다. 우리 몸을 되찾고 춤추고 북을 울리며 일어날 때입니다. - P360

우리가 믿는 세상 때문에 사과하는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보살핌받는 세상을 원해요. 기름은 이제 땅에 묻어두는 세상을요.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그에 걸맞은 급여를 받는 세상을, 가장 소외되고 눈에 띄지 않는 이들에게 영감받아 그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세상을 원해요. - P360

생명 나무를 기억하세요. 열매/버섯은 아버지의 정원 안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었어요.

결국 이것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을존중하고 생명과 사람, 우리들의 어머니를 아끼고 존경하고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우리는 이브의 후손들이에요. 아프리카 흑인 어머니의 딸 이브, 혁명가 이브, 이브는 열매를 먹어 통제되고 만들어진 정원 아래 감추어진 태초의 정원을 찾아냈습니다. 진실을 향한 갈망으로 열매를 베어 문 이브가 우리가 가야 할 진짜 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녀의 유산을 이어가야 합니다. - P362

이브, 자유의 어머니이신 그녀는 우리를 이 세상으로, 우리의 세상으로 해방하기 위해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그 망할 열매를 베어 먹읍시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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