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쁜 하루였다. 새벽에 내린 눈 때문이었겠지만 아침에 전철역에 아들 내려주고
수영장 가려고 돌아오는데 차가 너무 막혔다.
이 길이나 저 길이나 다 막혀서 하마터면 지각할뻔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1시간이나 걸려 예전 살던 동네 도서관 가서 예약도서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받아왔다.
몇 달만에 손에 들어왔다.
간 김에 몇 권 더 대출해왔다.
부랴부랴 집에 와서 딸램한테 보낼 반찬 열심히 묻히고 지지고 볶고 데치면서 또 정신없는 오후를 보냈다.
저녁 먹고 나니 기운이 없어서 책 읽을 맘도 안생긴다.
가볍고 편하게 릴렉스하려면 뭐가 좋을까 ...
책꽂이 훑어보다가 ~~
찾았다!
포치에 나와 앉은 가족들 이야기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집 현관이 생각나서...
작년 가을에 우리도 현관 지붕 위를 가렸다.
이제 비가 들이칠 염려없이 맘껏 풍경을 바라보며
나가 앉아있을 수 있다.
하... 피곤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자야겠다.

둥지들 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그러나 봄 햇살 속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보아라. 그러면 잿빛머리 박새 한 마리가 당신의 머리칼을 거둬 모으러 다가올 것이고, 그것으로 새끼를 위한 부드럽고 따뜻한 둥지를 만들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집 한쪽 면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그러면 어느 날 핀치 한 쌍이 담쟁이 잎사귀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자리한 작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 P38
파랑새들이 나무에서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어두운 둥지 상자 속 구멍에서 어린 새가 입을 벌린 채 넓고 환한 세상을 생애 처음으로 유심히 응시하는 모습을,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를 하늘에 맡기는 모습을 제시간에 보게 될 것이다. - P38
적당한 날 창가에서 기다려 보아라. 그러면 로즈마리 덤불 아래 숨겨진 솜꼬리토끼 굴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작은 토끼들이 지난가을의 나뭇잎을 들어 올리고 엄마의 털을 한쪽으로 밀어 놓은 뒤 밖으로 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코에 주름을 잡고 민들레의 씁쓸한 첫맛에 몸을 웅크릴 것이다. 그건 정확히 그들이 원한 바로 그것일 것이다. - P39
폭풍우 속에서, 폭풍우로부터 안전하게 1965년, 로워 앨라배마
우리는 시골 조부모님 댁 현관 포치에서 시간을 보낸다. 천장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벌레들을 날려 보내고 찌는듯이 더운 공기를 휘저어 산들바람으로 불게 한다. 타운에있는 우리 집에서는 매우 현대적인 생활을 하고 포치 같은것은 없다. 콘크리트 계단이 있지만 돌출부가 가려지지 않아서, 비나 맹렬한 햇볕을 거의 피할 수 없다. 폭풍우가 몰려오면 아버지는 자신의 의자를 문설주 사이 출입문 바로 앞에 가져다 놓는다. 나는 폭풍우를 좋아한다. 내가 잠이 들면아버지는 나를 안아 올려 어두운 집 안을 가로질러 출입문으로 가서 그 의자에 앉아 바람과 천둥 소리에 귀 기울인다. - P41
비가 오면 나는 발가락 끝으로 비를 느낀다. 그러나 비나 폭풍우는 나의 젖은 일부일 뿐이다. 내가 무릎을 나이트 가운 아래 가슴까지 끌어올렸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코듀로이 재킷 단추를 풀어 옷자락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팔로 내 몸을 감싸준다. 나는 아버지에게 몸을 기댄다. 아버지 몸의 온기와 바깥세상의 차가운 비를 동시에 느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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