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좀처럼 죽지 않았다. 그날 밤, 그것이 나와 남편의 마지막 싸움이었다....... - P69
그때의 나에겐 남편이 다시 살아날 경우 남편과 나 사이에 상상할 수 있는 행복의 결핍은 눈앞에 있는 남편의 생명의 결핍과 거의 동일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보려고 할 때, 남편의 불확실한 삶보다는 확실한 죽음으로 치환하는 편이 더 쉬워 보였다. 남편이 붙잡고 있는 순간순간의 생명에 거는 나의 희망은 곧 그의 죽음을 바라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 P69
그런데도 남편의 육신은 여전히 살려고 한다. 나를 배반하려 한다……………. "고비인지도 몰라." 하고 의사가 희망을 내비쳤다……………. 또다시 질투의 기억이 떠오른다…………. 오른손으로 감싼 료스케의 얼굴 위로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내 왼손은 몇 번이나 그의 입에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려 했다. 간호사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밤공기가 차가워진다. 창문 너머로 신주쿠 역의 심야 신호등과 밤새도록 떠도는 광고등 불빛이 보인다. 기적 소리와 희미한 바퀴 소리와 질주하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한데 뒤섞여 대기를 날카롭게 찌른다. 나는 털실로 된 숄로옷깃에 스며드는 찬바람을 막았다..... - P69
지금 산소호흡기를 벗겨도 모를 것이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눈 이외의 목격자를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두 손으로 산소호흡기를 바꿔들면서, 나는 동이 틀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실행하지 못했던 건 어떤 힘에 의해서였을까?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나의 사랑은 오로지 그 사람의 죽음을 원했다......이성일까? 역시 아니다. 내 이성은 목격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겁먹은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장티푸스 감염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내가......! 아직도 나는 그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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