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운동이 단순하게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했느냐 안 했느냐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이 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싸움의 내용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정말로 중요한 이유도 바로 운동이 이렇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전체의 구조적 맥락 속에서 무엇이 진짜 당사자성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계속 현미경 통해서 감각해가지 않으면은 졸지에 저렇게 되어버리는 거거든. - P322

그러고 보면 장애인들하고 같이 운동을 해 온 비장애인들도, 장애인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장애인과 맺는 관계의 당사자일 수는 있는 거예요. 그러니께네 장애인들과의 관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란 거를 계속 고민하는 사람들인 한에서는 이 사람들 입장이나 의견이란 것들도 절대 무시를 하면 안 되는 거죠. 비장애인들도 이미 장애인운동의 주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절대 잊으면 안 돼요. - P323

이 세상에 통용되는 기준이라는게 대부분 시간에 기초해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배제도 시간을 
가지고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그러고 보면 시간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건데요. 자본이 요구하는 경쟁의 시간, 생산성 있는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진 시간, 그 시간이란 거에 딱 맞춰서 이 사회의 ‘정상적‘ 속도라는 게 
규정이 되고 있잖아. - P328

그런데요, 이 세상에는 사회가 규정해놓은
 ‘정상인‘의 속도에 못 따라간다는 이유로 곧바로 더 이상 이 사회가 감각할 필요도 없다고 치부되어 버리는 존재가 정말 많잖아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정말로 안되는 거죠. 장애인들이 딱 그렇게
사회에서 배제가 된거고, 차별을 받고 있는 거고
그러니까. 이게 어디 우리한테만 적용되는 이야기겠어? 누구든 속도로부터 낙오가 되면은 그렇게 되는 거야. - P329

우리가 그동안 정말 다양한 의제들을 걸고 싸워왔잖아요.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서부터, 교육권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보장, 탈시설, 자립할 권리 보장, 
노동권 보장 등등등. 

이런 것들은 대부분 지금 당장 법이나 
제도를 바꿔내고, 예산을 적절한 수준만큼 확보하는 거가 단기적 목표긴 하죠. 
그런데 그게 절대로 끝이 아니에요. 이 투쟁의 의미는 사실 더 넓은 차원에서도 발견이 되는 거거든. - P329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이 사회가 감각하게 하는 거, 이 사회에 통용되는 속도라는 거가 얼마나 문제적인지를 드러내는 거 자체에 사실우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지. - P330

그건 자기 몸 자체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몸짓으로 이 사회에, 이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란 것에 경종을 울리는 거야. 
긴다는 건이 사람들에게 결국 자기 언어였던 거고, 나아가서 새로운 시간성을 창조하는 무기이기도 했던 거야. 
이거 정말이지, 엄청난 자부심이 될 수 있는 거거든. 사람들이 완전 무시해왔던 자기 몸의 속도로 세상 한복판을 기면서 이렇게 세상을 멈춰낼 수 있는 거구나. 나의 몸이, 나의 속도가 이렇게나 힘을 가질 수가 있는 거구나,하고서. - P334

이건 투쟁을 통해 존재가 전환되는 거야. 이렇게
장애인의 존재가 전환되면서 세상의 기준도 전화되고. - P334

감히 말을 할게요. 우리는 이 세상의 속도를 멈춰가면서 우리 해방만 쟁취해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세상이 정상적이라는 기준, 하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야만적인 기준을 벗어나서 될 수 있었던 나비가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듯이, 우리는 이 폭력적인세상의 기준을 바꿔낼 수 있는 씨앗을 이 사회 곳곳에 조금씩조금씩 흩뿌리고 있는 거죠. - P341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사회에 쌓여 있는 
애벌레의 기둥들을 허물어뜨리고 싶어요. 
제가 싸움의 현장에서 느끼는 내가 살아 있다는 이 감각을 여러분에게도 선물로 안겨다 드리고 싶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무감각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모두의 다른 존재와 속도가 존엄한 것으로 인정되는 세상, 그러한 존엄이 돈 논리나자본주의, 경쟁주의, 비장애중심주의의 속도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함께 공유해가면서 말이지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여러분, 저와 함께 나비가 되어그 길에 함께해주지 않으실래요?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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