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둑》 마이클 핀클

*스탕달 증후군: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정신적 혼란과 분열 증상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미술 이론에서 스탕달증후
군Stendhal syndrome*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브라이트비저는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닥치는 대로 책을 찾아 읽는다.
병원에서 온종일 바쁘게 일하는 앤 캐서린은 이런 공부를 할 시간이 따로 없다. 그뿐 아니라 별다른 관심도 없다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안내 책자와 작품 연구는 브라이트비저 몫으로 남겨둔다. - P66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1817년 일기 형식으로 쓴 이탈리아 여행기 《로마, 나폴리, 피렌체》에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성당에서 있었던 일이 나온다. 거대한 성당 구석에 자리한 작은 예배당에서 스탕달은 아치형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감상하기 위해 머리를 뒤로 젖혔다가 ‘천상의 감동과 ‘열띤 관능‘에 압도되어 ‘깊은 황홀경‘을 경험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급히 예배당을 빠져나온 스탕달은 어지러워 비틀거리며 벤치에 드러누웠고 조금 지나자 곧 괜찮아졌다. - P67

피렌체 중앙병원 정신의학과 의사 그라지엘라 마리니Graziella Magherini는 1970년대에 비슷한 일을 겪은 관광객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지럼증, 가슴 떨림, 기억 상실 등의 증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눈동자에서 손가락이 자라 나온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다비드 조각상을 본 후 이 같은 증상을 겪는 일이 특히 많았으며 증상은 수분에서 한두 시간까지 지속되었다. - P67

마게리니가 조사한 100건이 넘는 사례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은 성별과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났으며 대부분 25세에서 40세 사이였다. 그리고 한 번 이런 경험을 하면 다른 작품을 접했을 때 또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마게리니는 이 질환을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에 관해 책을 쓰기도 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사례가 방대하게 보고되었는데, 예루살렘과 파리가 스탕달 증후군이 일어나는 단골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피렌체에서 진행한 마게리니의 연구 외에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으며 일화의 형식으로만 회자될 뿐, ‘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 정식 질환으로 올라가 있지는 않다. - P68

브라이트비저는 스탕달 증후군에 관해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느꼈던 심장을 강타하는 기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의사도 인정한 질환이라니, 그리고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자 세상에서 덜 소외된 것 같아 감사한 기분마저 들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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