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세계》 마리아 미즈
그러니까 나는 여성의 이 식민지성이 생래적으로 싫었다. 기꺼이 희생하면서 모든 것을 해 바쳤던 내 자신에 분노하면서도 타협이 어려워 어쩌지 못하는 이런 불합리함!
오늘은 크리스마스~~
휴일인데 꼭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입이 닳는 거였다면 아마 백 번도 더 닳아 없어졌으리라. 같이 안먹을 수도 있는거라고!식구라면 당연히 밥을 같이 먹어야한다는 논리에 신물이 나지만 나도 배가 고프니까 내가 상을 차리고 반찬도 다 내가 해서 먹었다.
그런데 가끔은 배가 안고플 수도 있고 늦잠을 잘 수도 있는건데 그게 싫은 인간은 아침부터 또 늦잠이냐고 목소리에 화가 묻은 채 문을 벌컥 연다. ㅆㅂ 자다 깜짝 놀랐는데 어떻게 밥을 주나...
혼자 챙겨 먹으라고 난 배 안고프다고 했더니 이젠 하도 들어서 자기도 포기했는지 투덜거리면서도 혼자 챙겨 먹는다.
지금 배고픈데... 얼굴 보기 싫어서 부엌에 가기가 싫네. 귀찮음과 두려움, 배울 의지박약한 저 인간을 대체 어쩌지... 지금은 직장이라도 매일 나가지만 얼마 남지 않았단걸 안다. 그 이후엔...
또 얼마나 속 끓이며 입이 닳도록, 잔소리하고 가르치고.. 아이들 키우는게 차라리 낫다.
저 인간은 이쁜 내 새끼도 아닌데 왜 내가?
페미니스트 안될 수가 없다. 가정에서 매일 이리 무급생산, 재생산?이란 이름으로 착취당하고 있으니까.
여성과 자급 생산 전 지구에서 자급 생산의 상당 부분을 여성이 수행한다. 즉 그들은 자녀를 낳고 기르며, 무급 가사 노동을 하고, 노인과 환자를 돌본다. 한마디로 이른바 무임금 ‘재생산 노동‘을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자연, 태양, 공기 같은 것을 자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전유(有)할 수있는 자유재라고 설명한다. 이런 자유재는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소규모 농업이나 농민, 자급, 식민지의 생산물, 그리고 물론 자연 그 자체도 포함한다.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생산적·가시적 노동만을 화폐 단위로 측정해 국민총생산으로 계산한다. - P206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자본주의에서 가사 노동의 역할을 연구하면서 여성의 비가시 노동과 자본 축적 사이 연관성을 발견했다.
임금 없이 가사 노동을 전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구조적· 직접적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폭력은 인간과 자연, 농민과 산업, 수도와 식민지 사이 모든 착취 관계의 특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핵심은 식민지와 같다고 간주하는 이유다. - P207
자유주의 여성 운동 진영은 평등을 목표로 삼는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 착취적. 식민지적 체제에서 평등은 이 체제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과 같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평등은 명백히 가난한 자급 농민과의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급 관점은 이런 식민지적 관계의 철폐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자급 관점의 역사에 여전히 친숙하다.
자급 관점이 우리의 발명은 아니다. 이 관점은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모든 산업화 국가에 존재했으며 그 자취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자급은 인간 욕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범위의 활동을 포함한다. 소규모농업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텃밭과 정원, 채소·과일의 저장, 공예(목공, 재봉, 주조), 농산물 직거래, 물물교환, 이웃의 도움을 받는 수리나 수선도 모두 해당한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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