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봄날> 오늘은 평소보다 메뉴에 변화가 많았다. 수프는 더 가벼워졌고, 돼지고기가 앙트레에서 빠지고 구이 요리 가운데 러시아 순무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봄의 우아한 분위기가 온 메뉴에 다 퍼져 있었다. 요즘 푸르러가는 언덕을 뛰어노는 양은 그 활기찬 걸음걸이를 기념하는 소스와 함께 나오게 되었다. 굴의 노래가 잠잠해지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그 소리를 줄여갔다. 프라이팬은 활동을 멈추고 자비로운 그릴 뒤로 들어간 듯했다. 파이 목록은 부풀어 올랐다. 더 진한 푸딩들은 사라졌다. 소시지는 휘장을 두르고 달콤하지만 운이 다한 단풍시럽과 메밀과 함께 유쾌한 죽음에 대한 명상에 잠긴 듯했다. - P60
세라의 손가락이 여름 시냇물의 소인들처럼 춤을 추었다. 각각의 항목마다 정확하게 길이에 따라 제 위치에 놓고 코스 요리들을 타자로 쳐나갔다. 디저트 바로 위로 야채 목록이 있었다. 당근과 강낭콩, 토스트 위에 얹은 아스파라거스, 다년생 토마토, 옥수수, 옥수수콩, 라이머콩, 양배추, 그리고...... - P60
<식탁 위의 큐피드> 얘깃거리도 줄고 분위기도 점차 가라앉아갔어. 메임이 다시 상황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꿀 방법이 없었지. 나는 뭘 먹고 싶은 생각뿐이었어.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와 햄의 환각에 시달렸지. 계속해서 속으로 생각했어. ‘뭘 먹어야 할까, 제프? 웨이터가 오면 뭘 주문하지.‘ 메뉴판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다 고르고, 그 요리들이 나오는 상상을 했지. 아주 배고픈 사람들이라면 다 그럴 거야. 먹는 것 말고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게 된다니까. 불멸이나 국제 평화 같은 문제 대신 부러진 바퀴다리가 달린 작은 테이블과 가짜 우스터소스와 커피 얼룩을 덮은 냅킨이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려. - P235
나는 거기 앉아서 스테이크를 어떤 식으로 먹을까, 버섯을 곁들일까. 크리올풍으로 먹을까를 놓고 나 자신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어. 메임은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조용히 앉아 있었지.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어. ‘감자는 홈프라이드로 해주세요. 팬에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를 바짝 구워서 수란 아홉 개랑 같이 줘요.‘ 주머니 속에 땅콩이나 팝콘 알갱이라도없나 샅샅이 뒤졌지. - P236
음식 생각에 온통 푹 빠져 있었던 게 틀림없어. 그럴 뜻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상상 속의 웨이터한테 큰 소리로 말해버렸지 뭐야. ‘두껍게 썰어주시고 굽기는 레어로 하고, 프렌치프라이랑 계란 여섯 개를 부드럽게 휘저은 스크램블드에그를 토스트 위에 얹어서 주세요.‘ - P237
메임이 재빨리 고개를 휙 돌렸어. 눈을 반짝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짓더군. 그녀가 말했어. ‘저는 미디엄으로요. 줄리엔히고 세 개 같이 주세요. 생맥주 한 잔하고, 팬케이크는 노릇하게 구워주시고 이 인분 주세요. 오, 제프, 근사하지 않아요! 저는 감자튀김 반 개, 쌀을 곁들인 작은 카레 양념 닭구이, 아이스크림이랑 커스터드 한 컵이랑, 그리고......? 내가 말을 끊었지. ‘천천히 해요. 닭간 파이랑 토스트에 바른 콩팥 소테, 양 구이랑........ 메임이 흥분해서 끼어들었어. ‘오, 박하 소스랑 칠면조 샐러드, 속을 채운 올리브, 산딸기 타르트랑 또……………. ‘계속해요. 튀긴 호박, 달콤한 우유를 곁들인 뜨거운 옥수수빵도 서둘러서 줘요. 하드 소스 뿌린 사과 파이하고 듀베리파이도 잊지 말고......? - P237
<녹색의 문> 여자가 차분히 그를 보더니 미소 지었다. "제가 쓰러졌지요?" 그녀가 말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어요? 사흘을 꼬박 굶고 어떻게 되나 보세요." 루돌프가 소리쳤다. "뭐라고요! 금방 돌아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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