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언론사 소속의 사진기자Staff Photogjournalist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이었던 당시에 언론사들은 사진 에이전시를 통하거나 프리랜서 사진가로부터 필요한 사진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곳에 앙드레 프리드먼이 비집고 들어갈 곳은 많지 않았고 설사 일이 주어지더라도 인지도가 거의 없는 그에게 주어지는 사진 원고료는 언제나 적었다. - P120
이러한 현실을 간파한 타로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회사를 차린 뒤 앙드레의 사진을 유명한 사진기자의 사진으로 속여서 더 비싼 값의 원고료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창업자들이 차고에서 PC를 가져다 놓고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듯 타로와 카파는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파리의 작은아파트에서 카메라와 암실 장비와 타자기를 가져다 놓으며 사업을 시작했다. - P121
그리고 이 회사에는 암실 기사인 앙드레 비서이자 영업 업무를맡은 게르다 타로. 그리고 미국에서 온 유명한 사진가 로버트 카파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 P121
"미국에서 온 사진가 로버트 카파. 이름만큼이나 세련된 사진을 촬영하시는 이분은 무척 바쁘시답니다. 언제나 파리의 취재 현장에서 사진으로 특종을 잡아내시느라 바쁘시지요. 그러니 그분을 만나시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로버트 카파씨가 촬영한 사진은 유능한 암실 기사 앙드레가 언제나 완벽하게현상 인화를 한답니다. 그리고 바쁘신 로버트 카파 씨를 대신해앙드레 군이 사진을 배달해 드리고 사진 원고에 대한 충실한 설명도 해드릴 겁니다. 그는 로버트 카파 씨의 수족 같은 사람으로 카파 씨가 촬영한 사진들에 대해서는 카파 씨만큼 잘 알고 있거든요. 사업에 대한 연락은 저 타로에게 주세요. 불어와 독일어 그리고 스페인어도 할 수 있는 제가 여러분들께 언제든지 응대해 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사진에는 저 타로가 깔끔하게 타이핑한 충실한 캡션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 P121
그런데 로버트 카파는 누구일까? 물론 로버트 카파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타로의 주도로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로서 사진 원고료를 더 받아내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짓으로 시작된 가공의 인물이 나중에는 앙드레의 자아와 완벽히 일체화 되어 앙드레가 로버트 카파가 되지만 말이다. 타로와 앙드레가 이러한 가공의 사진가의 이름을 로버트 카파라 지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었다. - P122
카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가 된 뒤 1947년 미국의 라디오에 출연한 카파는 당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두 배 되는 가격으로 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기자 행세를 했고, 미국 사람이름처럼 들리는 로버트 카파를 생각해 냈다고 본인이 직접 토로한적이 있다. 또한 영화광이었던 카파가 당시의 유명한 할리우드의감독이었던 프랭크 카프라의 이름에서 카파를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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