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씨를 떠올리면 나는 언젠가 그녀가 소화기를 사야겠다고 하던게 생각난다. 진아씨와 많은 날 여러 얘기를 나누었지만 이상하게도 진아씨 하면 그때가 떠오른다. 휴대폰 화면을 밀어올리면서 진아씨는 투척형 소화기로 살까 스프레이형 소화기로 살까 물었다. 식탁에는 견과류 껍데기가 흩어져 있었다. 욕실 거울 위에 붙어 있던 동그란 시계. 변기 안에 떠 있던 참외 씨 하나. 그건 진아씨한테서 나온 것일까. 진아씨 남편한테서 나온 것일까.
진아씨 아이한테서 나온 것일까?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