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표현해 보자. 나는 강의실에서, 파티(그녀는 파티에서 늘 일찍 자리를 떴다) 때 건너편에서, 수많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EF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나의 친구였고,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존재와 모범 때문에 나의 뇌는 기어를 바꾸었고, 나는 자극을 받아 세계 이해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나는 그녀가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 공책들을 읽었고, 그녀가 나에게 남긴 책의 모든 연필 자국을 살폈다. - P289
하지만 아마 이 모든 만남과 대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나의 기억- 기억도 결국은 상상력의 기능 가운데 하나다- 은 수사학의 비유와 같고 과거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살아 있는 비유지만, 어쨌든 비유. 아마도 내가 엘리자베스 핀치를 ‘알고‘ 또 ‘이해하는‘ 것은 율리아누스 황제를 ‘알고‘ 또 ‘이해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깨달았으니, 멈출 때가 되었다. - P290
그녀 자신은 어떤 것도 운에 맡기는 일이 거의 없었음에도, 내 생각으로는, 나에게 자신의 문학적 찌꺼기에 대한 책임을 넘김으로써 재미있는 방식으로 바로 그 일을 했다. "재미있는 방식으로"ㅡ그래, 그녀에게는 아이러니를 멋지게 구사하는 재치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291
그녀가 반쯤 지워버린 자취를 좇을 에너지나 관심이 나에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운이었다. 또 내가 어떤 식으로든 그녀의 ‘책‘을 재구축할 시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도 운이었다. 내가 그녀의 삶을 재구축할 시도를 하느냐 마느냐- 그녀는 예상도 하지 못했을 텐데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운이, 우연이 자기뜻대로 하게 놓아두는 것. 나는 지금까지 쓴 것을 서랍에 넣어두고, 어쩌면 그 옆에 EF의 공책들도 놓아둘 것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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