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여자답게 안하면 시집 못가‘ 따위와 같은 진부하고 닳고 닳은 꼬리를 달고서도 ‘처녀다움‘에 반기를 드는, 모순에 가득 찬 존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여자‘이다. 또 ‘지금 여기에 있는 여자‘의 성과 생식을 따져 묻고 밝히는 가운데에서만 여자를 인간으로 보편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자의 투쟁은 자신의 볼품없는 모양새를 직시하며, 자신이 급진적이면서도 뭔가 얼빠진 짓도 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나를 이렇게 만든 적을 압박하는 싸움이다. 말 그대로 엉망인 채로, 엉망진창인 채로 적을 압박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 P70

지적인 여자가 지적인 영역에서 위로를 받고서 약간의 나르시시즘 양념을 뿌려 자기 구미에 맞게 내놓은 기존 여성운동의 논리와 남자의 의식과 그논리구조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따르면서 여자임을 초월해 남자처럼 되자,
남자처럼 되어서 혁명하는 여자가 되자고 하는 운동의 논리는 같다. 지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지금 여기에 있는 여자‘는 이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논리를 자신의 살과 뼈를 통해 총체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해야 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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