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 참!
혼자 있는 여자한텐 말을 걸어줘야한단 법이라도 있나. 뭔 근자감인지...

6장
식당에는 테라스가 있었다. 한쪽 끝에서 건너편 끝까지 하얀 식탁이 죽 늘어선 너머로 야자수가 보였다. 근사한 야자수 기둥 위로 노란 조명이 환하게 비추었고 식탁 위에선 촛불이 타올랐다. 성수기 동안 흘러내린 촛농이 촛대 옆면에 두껍게 굳어 있었다. 두툼한 촛대 안에서 온갖 색상의 양초가 타올랐고, 온갖 색상의 촛농이 굳은 흔적을 남겼다. 엘런은 남자의 양초 이야기를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연휴 무렵이면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엘런이 남자에게 선물을 주게 될까?  - P58

옆자리에는 가벼운 당뇨를 앓는 미국인 의사가 앉았다. 신경 써서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
"어디에서 왔어요?"
"잉글랜드요." 엘런이 말했다. 엘런은 잉글랜드에서 왔다고 말하기가 지겨웠고 게다가 그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왔다고 말하면 요정이나 할머니에 관한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니 어쩔 수 없었다. - P58

남자는 가족이 있지만 혼자 공부 중이라고 했다. 외롭다고.
"오해하지 말아요." 남자가 말했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햄버거가 인생의 전부라고 했다.
"엘런은 어때요?" 그가 물었다.
"나도 행복해요." 엘런이 말했다. 가족이 있음을 넌지시 알리려고 자기 결혼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둘이 카지노에 가면 어떨까?
"나야 좋죠." 남자가 말했다. 엘런이 고개를 저으며 무어라 대꾸하려는데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다.  남자가 빵 껍질을 건네고는 꼭꼭 씹으라고 했다.
"씹어요." 그의 목소리가 아주 컸다. 
시범을 보이려고 와작와작 씹었다. 정말이지 상스러운 인간이었다. - P59

"오해하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나는 저녁이면 마나님 모시고 외출하는 남자니까. 우린 즐겁게 지낸답니다."
엘런은 불쾌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엉뚱한 상상을 하실까 봐 마음이 안 좋아서요. 그러느니 처음 보는 여자랑은 절대 말 섞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고." 그의 눈에 노여움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엘런은 줄곧 냅킨의 꿰맨 자리만을 내려다보았다. 여러 차례 세탁한 까닭에, 꿰맨 실은 벌써 오래전에 천만큼 하얗게 표백되어 있었다. - P59

"그래도 같이 가시겠어요." 남자가 말했다.
"그만 물어봐요." 엘런이 버럭 대꾸했다. 남자는 손가락을튕겨 웨이터를 불렀다. 앳된 남자 직원이 다가오자 미국인은디저트 주문을 취소해 달라고 말했다. 직원은 말을 알아듣지못했다. 미국인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자리를 떠났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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