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이 보인다.

에필로그
고래를 보러 온 사람들

또 밀려온 고래뉴포트 해변의 모래는 오래된 케이크 부스러기처럼 굵었고 붉은색을띠었다. 모래성 쌓기에는 안 좋은 모래임에도 사람들은 성을 쌓았다.
파도가 사람들이 애써 만든 것을 흩뜨리고는 어느새 매끈한 모래사장으로 돌려놓았다.  - P419

견장이 달린 푸른 유니폼 차림의 한 택시 기사가 내앞에서 몸을 구부렸다. 밑창이 두꺼운 신발 끈을 풀더니, 신발 혀가위로 올라간 채로 신발을 둔 채 몽유병자처럼 빠져나갔다. 접힌 바짓단에 모래가 들어찼다. 몇 걸음 더 성큼성큼 가더니 양말을 벗고 공처럼 돌돌 말아 주머니 속에 넣는다. 그녀가 신발을 벗어 놓은 곳에 더많은 학생용 단화, 슬립온, 하이힐, 그리고 끈이 느슨한 부츠가 함께놓여 있었다. 백여 명의 다른 일행들과 함께 택시 기사와 나는 파도가이는 해안을 따라 걸어, 바닷가를 보고 있는 여러 채의 집을 지나쳐갔다. 늦은 오후였다. 갯완두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바닷가 모래땅에 난다.
옮긴이)가 바람에 불려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겼다. 해와 함께 하늘 저쪽에 희미한 달이 떠 있었다. - P419

나는 혼자서 고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 반대쪽까지 가려면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두통을 핑계 삼아 친구에게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하고, 몰래 떠날 생각을 했다. - P721

뉴포트의 능선 도로로 되돌아간 사람들 중에 몇 명 이상은 살짝눈가에 이슬이 맺힌 것으로 보였다. (왜 안 그러겠는가.) 한두 사람이 해변으로 향하는 접근 도로에서, 더 가기도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당장떠날 생각도 없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어디선가 레치타티브(오페라나 오라토리오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옮긴이)가 울리 퍼지듯 들리는 것같다. ‘오는 거니 아니며 가는 거니?" 멀리 바다 돌출부의 삐죽한 바위들이 풀장을 압도하며 솟았다. 풀장은 50미터 길이에 직사각형 모양이고 주변으로 쇠사슬 난간을 쳐 놓았다.  - P421

퍼스에서 어린 혹등고래가 숨을 거두고 그의 눈이 거무칙칙해졌을 때, 군중들은 고개를 돌렸다. (뉴포터의 군중보다 숫자는 적었다.) 누군가 ‘끝‘이라고 호루라기라도 분 것처럼 행동했다. 빠르게 그들의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해변의 풀을 짓밟으며 달려가, 주차장 입구의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잠깐 멈추더니 허겁지겁 고무 샌들을 신고 수건을 탈탈 털고는 차를 향해 달렸다. - P421

뺑소니, 집단적 철수, 내빼기, 헤어지면서 눈도 맞추지 않고 말 한마디도 없다. 아마도 죄책감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단어로 모든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굴욕감. 아니, 더 정확히. 당황. 구경거리 좋기에 너무 몰입해 있었다는 당황스러움. - P422

그러고 나서 우리는 그 놀라움으로부터 놓여난 것에 대해 안도했다. 놀라운 구경거리는 이제 그만 놀라움은 유한한 것임을 입증했을뿐 아니라 그 끝에는 권태가 기다린다. 공포와 경이를 뒤로 남겨 두고우리는 등을 돌렸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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