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오와 흰 옷 행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혼다는 왜인지 자신이 이 어스레한 들판에 그려지는 그림에서 튕겨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발길을 조금씩 논 쪽으로 옮겨 볏단 사이를 나아가며 행렬에서 멀어졌다. 지극히 중요한 어떤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사오의 모습은 이제 선명하게 보였고, 그 가슴에 붉은 구슬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나무 열매 같은 것도 알아볼 수 있었다. - P310
혼다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지금 거부할 수 없는 힘이 힘이 다가와서 자신의 이성을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그 힘의 긴박한 숨결과 날갯짓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예감이라는 것을 믿지 않지만, 사람이 자신의 죽음, 혹은 가까운 이의 죽음의 예감에 휩싸이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310
"큰일이군. 총까지 들지 않나, 가이도 선생님이 말한 대로야. 너는 난폭한 신이야. 틀림없어."
이 말을 들은 순간, 혼다의 기억이 비로소 무자비하게 명확한 형태를 띠었다. 지금 의심의 여지 없이 눈앞에 되살아난 것은 1913년 여름의 어느 밤, 마쓰가에 기요아키가 꾸었던 꿈의 광경이었다. 그 특이한 꿈을 기요아키는 꿈 일기에 자세히 적었고, 혼다는 바로 지난달에 그것을 다시 읽었다. 그 내용이 구석구석 생생하게, 혼다의 눈앞에서 십구 년이 지난 지금 이 세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기요아키가 이사오로 환생했음을 설사 이사오는 모를지라도 혼다는 이성의 힘을 모조리 동원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