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독재자의 형제들, 친구들, 사촌들이 득시글거리는 자동차 행진은 뭐가 다릅니까? 독재자도 자기 측근들을 권력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대체 옛 대통령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입니까? 독재자가 살육한 그 모든 사람은요?"
"오, 형제여, 진정해. 그만하면 됐어. 그분은 우리를 구해냈어. 교도소에서 그 긴 세월을 썩으면서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하나?" - P146

새뮤얼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는 잠들어 있는 죄수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그 긴 세월을 보내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말해볼까요?"
"말해봐." - P146

"나는 내 자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알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내 아들은 아직 아기입니다.
내가 광장 가두시위에 나가던 그날 아침 마지막으로 보았던, 내 어머니 품에 안긴 그 모습 그대로 작은 갓난아기입니다.
나에게 바깥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모든 것은 그 아기를 중심으로 그대로 서 있습니다. 내 여동생은 십 대이고, 내 아이의 어미는 여전히 석상 위에서 시위하고 있으며, 양친 모두 살아 계십니다. 내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곳에서 나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조차 잊습니다. 가끔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도 난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저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묻고 싶다고요." - P147

"그런 의문은 품지 말아야 해. 내가 말했듯 거울 속 그 남자는 스스로 충성심을 보여준 남자야."
새뮤얼은 고개를 돌려 다시 교도관을 쳐다보았다.
 "그런말 마십시오. 나는 나 자신 말고 누구에게도 충성한 적이 없습니다." - P147

그가 본 가장 작은 아기였다. 자그마한 몸에 낯선 노르스름한 기가 돌았다. 아기는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새뮤얼은 아기를 안고, 냄새 맡고, 아기의 작고 연약한 몸을 느꼈다. 그다음 아버지가 말했던 자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어린것에게 자유가 어떤 의미가 될지. 새뮤얼은 말했다. "그래, 하겠어. 서약하겠어."
잠들어 있는 메리아 옆에서 레시를 안고 앉아 있는데 주마가 찾아왔다. 새뮤얼은 주마가 아기를 보러 온 줄 알았지만, 주마는 축하하는 대신 숨죽인 목소리로 바깥으로 나가자고 속삭였다.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새뮤얼은 가야 했다. - P192

섬. 섬. 섬은 새뮤얼의 것이다. 그의 그만의 것이다. 헛간 바닥의 흙을 맛본 사람도 그였으며, 이곳을 다듬고 길들이고 구축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도 그였다. 그는 섬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그는 충분히 친절을 베풀었고, 다른 사람들이 해줄 법한 것보다 많은 것을 주지 않았던가. - P241

 이제는 남자의 얼굴을 대면하고 말해야 한다. 공급선이 올 때까지만 이곳에 있을 수 있다고. 공급선이 올 때까지 남자는 소파에서 잠자고 내주는 옷을 입고 앞에 놓인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더는 섬을 어슬렁거려선 안된다. 새뮤얼 방에 들어오는 것도, 위협이나 손가락질도 안되고, 물건을 제멋대로 만지거나 가져가서도 안 된다. 2주 후남자는 무조건 섬을 떠나야 하며 다시 돌아올 생각도 말아야한다. 남자는 환영받지 않는다. - P242

새뮤얼은 돌멩이를 내던지고 축구 유니폼에 손을 문질러 닦았다. 비가 그치고 하늘은 며칠 만에 처음으로 푸른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새뮤얼은 시신 옆을 떠나 연신 손을 닦으며느릿느릿 오두막으로 향했다. 시신은 당분간 저대로 두어도 괜찮으리라. 내일 시신을 바다로 끌고 가 그것이 온 곳으로 표류해 돌아가게 할 것이다. - P2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