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관은 귀에 선 밋밋한 억양으로 단호하게 강제 퇴거 명령을 전했다. 통역관은 주민들에게 골짜기의 경작지는 식민주의자의 재산이 되었다고 했다. "총독의 명령에 따라 너희는 원숭이들이 사는 산악지역으로 돌아간다. 이 땅은 이제 너희게 아니다. 왕에게 영광을, 위대한 제국에 영광을" - P52
처음에는 아무도 통역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느 누가 그들을 움직이게 한단 말인가. 먼 옛날부터 조상 대대로 터전으로 삼은 이곳에서 몰아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들이 왔다. 남자들은 누구도 이곳에 남을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땅은 몰수되었다. - P52
새뮤얼의 가족은 숟가락 하나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도망쳤다. 그들은 쉬지 않고 달렸다. 그의 어머니가 발이 채여 넘어지는 통에 업혀 있던 동생이 이마를 찧어 혹이 났어도 계속 달렸다. 내내 칭얼거리던 동생은 이제는 아파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럼에도 그들은 피와 침을 흘리면서, 불타는 골짜기의 시꺼먼 연기 구름에 쫓기며 저 앞 푸른 하늘을 향해서 앞으로 앞으로 쉬지 않고 달렸다. - P52
도망치는 새뮤얼 가족을 기다리는 것은 이미 벌거숭이가된 황무지와 마을뿐이었다.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자리처럼 눈길 닿는 곳마다 파괴되어 있었다. 그들은 먹을 만한 것을 찾아 대치는 대로 뒤지고 잎자루, 뼈, 도둑맞우 둥지를 뒤졌지만 끝내 주린 배를 잡고 밤을 새워야 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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