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에서 태어나는 대부분의 조선 여자아이들이란 혀로 제 코를 핥는 당나귀보다도 못한 동물이었다. 그 아이들은 언제나 다른 남자의 소유물에 불과했으니 혀로 제 코를 핥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아편 연기와 맞바꿔지고 마작패 몇 개 놓이는 위치에 따라 앞날이 결정되며 봄에 빌린 곡식 덕택에 낯선 곳에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 P120

 그게 여옥이처럼 어여쁜 여자아이라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람쥐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루처럼 단단한 종아리로 뛰어다녀야만 하는 여자아이라면 결국 갈 곳이라고는 남양의 지주 집 뒷방에 갇혀 사진기를 향해 수줍은 듯이 가슴을 풀어헤치는 그 첩과 같은 인생이거나 몸값을 받을 수조차 없는 처지인데도 마작들에게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거나, 운이 아주 좋다면 용정의 술집에서 돈 많은 남자들을 농락하는 여인이 될 터였다. 혁명의 도리라는 건, 아마도 그런 처지의 자신이. 누구인지 그 여자아이들이 결국 깨닫게 되누 일을 뜻하리라.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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