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이 모든 것을옛날엔 사랑의 환희에 젖어 사랑했었네. 하지만 나 이제 더이상 사랑하지 않네, 내가사랑하는 것은 조그맣고 예쁘고 순수한 그 한 소녀, 그녀는 모든 사랑의 샘물, 그녀 자신이 바로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이기 때문이라네. - P40
그이 주 동안, 나는 하이네의 시를 적은 수많은 연서를 용정의 정희에게 보냈다. 답장은 없었지만, 정희에게 그런 편지를 보낼 수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최초의 연애 감정을 뜨겁게 달구는 장작은 이처럼 혼자 지내는 고독의 시간들이었다. - P41
용정에 돌아왔을 때, 내 가방 속에는 근간 『문예춘추』도, 시세이도의 향기도 없었다. 나는 우리가 늘 앉아서 얘기하던 6월의 언덕배기에서 가방을 뒤졌다. 그 안에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한 개의 반지가 있었다. 월급을 다 털어 대련의 금은방에서 사온 반지를 내밀며 나는 정희에게 결혼해달라고 말했다. 부리가 붉은 새 한 마리가 우리 앞에 앉아 깡총거리며 뛰다가 다시 날아갈 때까지 나는 반지를 들고 있었다. 싫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 정희가 입을 열었다. - P41
"당신의 표정을 보니……… 내가 지금 이 반지를 받지 않는다면, 일요일 오후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는 일은 이제없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남자가 많겠지. 나는 당신에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싫다면 여기서 그만두겠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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