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읽기》 / <세상의 끝> 중에서 ...
문장 하나하나 가슴을 친다. 이 가을 독서에 치명적으로 잘 어울린다! 고요하고 깊이 읽기에 좋은 글이다.
˝... 그러니까 내부는 궁극이다. 마지막이다. 막다른
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언제나 ‘나‘는 가장 나중에 만난다.˝ (25쪽)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의 동기가도피인 경우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내부를 피해 외부로 달아난 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그러니까 세상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 그는 내부의 ‘나‘를 만나기가 두려워너 외부에서만 산다. 외부에서 타인과 일과 열심히 산다. 누구보다 바쁘게 최선을 다해서 산다. [캉탕]의 한 인물처럼. 전쟁하듯 산다. 살아남기 위해 매일 싸운다. 한순간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늘 마음을 들고 살아야 해서 힘들다. ‘자기착취‘가 그렇게 이루어진다. - P22
그렇지만 그는 다른 사람 눈에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그 결과 일정한 성취를 이뤄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자기와의 만남을 피해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오이디푸스는 얼마나 필사적이었는가! 신탁과 운명을 피하기 위해 그는 망명객이 되고 나그네가 된다. 밖으로, 외부로, 되도록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자신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또있을까?" - P23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시간이 온다. ‘뒤에서 문이 닫히고‘, 혼자 ‘나‘에게, 그 무서운 놈에게 넘겨지는 시간. 그렇게 필사적으로 세상과 싸우며 살던 『캉탕』의 인물 한중수는 어느 날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 강연장에서 자기 강연을 듣고 있는,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를 본다. - P23
그가 세상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며쌓아올린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려 한다. 회피하기 위해 앞으로만, 밖으로만 내달리던 그의 걸음이 멈춘다. 앞이 막혔기 때문이다. 끝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캉탕을 향해 간다. ‘세상의 끝‘은, 그러니까 그가 한사코 도달하지 않으려 한 그의 내부이다. 내부로 들어가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내부가 끝에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외부가 알지 못하는, 한사코 알려고 하지 않는 내부를 만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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