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헤드》 14. 페이턴스 플레이스
한 주 연장해서 3주나 읽었는데도 다 못읽어 어제 반납했고 아들 이름으로 상호대차 신청해서 다시 받아왔다.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 있으므로 포기가 안된다.

이 에세이의 극히 일부 외에는 거의가 모르는 이야기들이지만 은근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문장의 힘 덕분에 계속 읽고 있다. 소재 자체는 다 모르니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읽다 도저히 흥미가 안생기는건 그냥 패스했다.^^
오늘도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란 에세이를 읽다 지루해서 패스했다. 유명 시인들도 별 관심 없는데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이라니.. 이름도 모르고 작품은 더더구나...

지금 읽고 있는 <페이턴스 플레이스>는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쓰였던 자신의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집이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고 덕분에 여러 배우들을 만났는데 어느 유명드라마의 시리즈 몇 번째 편 주연 여배우가 어떻다는 둥, 자신의 집에 들여올 가구를 여주인공의 취향과 일치시키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더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펼쳐 놓는다. 마치 동네 아줌마들이 미용실에 모여 수다 떨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같다고나 할까!
드라마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 가족은 촬영팀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살게 되는데,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 도시로 이사 와서 여기 있는 집을 샀는데, 그 사람들은 우리가 그 집에 머무르지 않는 대가로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
우린 마치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로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묻곤 했다. (539쪽)

이후로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썩 기분 좋은 추억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란걸 알게 된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몇년 간 계속 그 집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 자체를 읽는 나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시간이 한참 지나 가족이 촬영팀과 더이상 좋은 관계가 아니게 되었는데, 이유는 등장인물도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고, 그의 집도 감정상 크나큰 손상을 입으면서 처음의 상태가 아닌 채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들의 증오와 미움도 함께인 채로!


우리가 새로 정착한 해변 도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일명 윌미우드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TV 프로그램들이 촬영되었다. 이런 추세가 시작된 것은 작고한 프랭크 카프라 주니어가 1980년대 초반에 이곳에서 <파이어스타터 Firestarter>를 만들면서부터였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영상 산업도 그의 주변에서 성장했다. 데니스 호퍼도 이곳에 집을 샀다. 현재 이곳의 다운타운에서 웨이터 일을 하는 아이들의 절반은 엑스트라이거나 배우 지망생이다. 타깃에 가면 바로 앞에 발 킬머가 줄 서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 P526

 이곳에는 촬영장들과 영화학교가 있고, 매우 다양한 촬영 장소들이 있는 것으로 영상 산업계에 널리 알려쳐 있다. 
광활한 바닷가 장면을 찍을 수 있는가 하면, 갑자기 활엽수가 울창한 주택가로 이동할 수 있고, 들판에서 건초트랙터를 탈 수 있는가 하면 번잡한 밤거리를 찍을 수도 있는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가능하다.  - P527

우리는 우리 집에 대해 기억이 아닌 기억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온전히 TV를 통해서 우리 집을 경험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 우리가 그곳에 사는 동안 일어났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줄 때 이런 느낌일까. - P540

... 어떻게 이걸 기억하지 못할까,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어떻게 내가 모를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온갖 극적인 일들, 심지어 폭력적인 일들까지 일어났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인 집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티븐 라이트가 1980년대에 그의 코메디 스페셜에서 했던 농담이 자꾸 생각나곤 했다. "도둑이집에 들었는데, 내 물건들을 다 가져가고, 대신 똑같은 복제품들을 그 자리에 놔뒀더라니까요."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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