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왔다. 노래였다. 동요 말이다.
버스바퀴가 돌아요, 뱅뱅뱅
뱅뱅뱅
뱅뱅뱅
버스바퀴가 돌아요, 뱅뱅뱅
하루 종일.
소리가 가늘고 쨍하게 울려서 처음에는 휴대 전화 벨소리인가 싶었다. 조문객들은 두리번거리며 누구 전화인지, 누가 민망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아이린 로스가 놀라서 앞으로 나섰다. 데이미언 쿠퍼가 무덤에서 가장 가까이 서있었다. 그가 경악과 분노의 중간 어디쯤 되는 표정으로 무덤 가장자리를 넘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아래를 가리키며 그레이스 러벨에게 뭔가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알아차렸다.
노래가 무덤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관속이었다. - P183
네 명의 상여꾼은 소리가 멀어지길 바라며 관을 마저 내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올려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섬뜩하도록 부적절한이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망자를 묻어도 될까? 관 속에 든 디지털 녹음기 아니면 라디오가 노랫소리의 진원지인 게 이제는 누가 봐도 분명했다. 만약 다이애나 쿠퍼가 예컨대 마호가니처럼 좀 더 전통적인 소재를 선택했더라면 우리 귀에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망자는 땅속에 묻혀 편히 잠들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배터리가 다 되면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엮인 고리버들 가지
사이로 가사가 새어 나왔다. 그걸 피할 도리가 없었다. -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