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아름다운 문장들 대체 어쩌라구!
눈오는 아침, 흔들리는 인력거 안에서 젊은 두 육체의 깨어남... 두 입술의 융화가 고조되는 관능의 순간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무릎 덮개 아래로 잡고 있던 사토코의 손가락에 아주 조금희미한 힘이 더해졌다. 그것을 신호라고 느꼈다면 기요아키는 또 한 번 틀림없이 상처받았을 테지만, 그 가벼운 힘에 이끌려 기요아키는 자연스레 제 입술을 사토코의 입술 위에 얹을 수 있었다. - P125
인력거의 동요가 바로 다음 순간 포개진 입술을 떼어 놓으려 했다. 그러므로 저절로 그의 입술은 두 입술이 닿은 곳을 축으로 두고 모든 동요를 거스르려는 태세를 갖추었다. 맞닿은 입술을 *사북으로 삼아, 그 주위로 몹시 커다랗고 향기로운, 보이지 않는 부채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을 기요아키는 느꼈다.
*사북;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에 박아 축으로 삼는 물건 - P125
그때 기요아키는 분명 망아)의 경지를 알게 되었지만,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아름다움까지 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사토코의 아름다움을 공평하고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점에서라면, 이때 분명 서로의 아름다움이 수은처럼 녹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내치듯 조바심 내고 가시 돋친 것은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성질의 것이며, 고립된 개체라는 맹신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만 깃들기 쉬운 병임을 깨달은 것이다. - P125
사토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요아키의 볼에까지 전해졌으므로 알 수 있었다. 기요아키는 긍지를 느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긍지에는 예전에 그랬듯 타인에게 베푸는 듯한 시혜자로서의 만족은 티끌만큼도 없었고, 사토코에게서도 매사에 비평적인 연장자의 기세는 사라져 있었다. 기요아키는 자신의 손끝이 닿는 그녀의 귓불이나 가슴팍 하나하나에서 새로이 느껴지는 보드라움에 감동했다. 이것이 애무로구나, 그는 터득했다. 자칫하면 날아가버릴 듯한 아지랑이 같은 관능을 형체 있는 것에 의탁해 나타내 붙들어 매는 일. 그리고 그는 이미 자신의 기쁨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할수 있는 최상의 자기 방기(放棄)였다. - P126
입맞춤이 끝날 때, 그것은 원치 않게 잠에서 깨어날 때와 비슷해서 아직 졸린데도 눈꺼풀의 얇은 피부 사이로 비쳐 오는 *마노 같은 아침 해에 차마 저항하지 못하는, 그 께느른한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야말로 잠의 달콤함은 절정에 달하는 것이다.
*마노; 원석이 말의 뇌수를 닮아 ‘마노‘라는 이름이 붙은 석영질 보석. 빛깔은 다양하나 크게 붉은색과 누런색으로 나뉜다. - P126
막상 입술이 떨어지고 보니 지금까지 아름답게 지저귀던 새소리가 갑자기 잠잠해진 듯한 불길한 고요함이 뒤에 남았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인력거의 동요가 침묵으로부터 그들을 구제해 주었다.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척 할 수 있었으므로.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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