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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위에 안개가 자욱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늘어선 고압전선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비가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땅은 새벽녘의 습기로 축축했고, 붉은 신호등이 켜질 때마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불그레한 얼룩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수용소의 숨결이 느껴졌다. 수용소를 향해 뻗어 있는 전깃줄과 도로, 철로의 선들이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었다. 이곳은 직선들로 가득한 공간, 대지와 가을 하늘과 안개를 자르는 직사각형과 평행사변형의 공간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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