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일종의 스펙터클이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은 깜짝 놀랄만큼 지역성을 띠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 세계의 부유한 곳, 그것도 뉴스가 오락으로 뒤바뀌어 버린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극소수 교육받은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습관을 보편화하고 있는 셈이다. - P162

 세계를 바라보는 이들의 방식은 원숙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서, ‘현대적인 것‘의 주된 획득물이자 진지한 논쟁과 토론을 제공하는 정당 기반의 전통적 정치 형태를 분쇄하는 데 필요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을 일종의 구경꾼으로 보는 것이 바로 이들의 방식이다. 전혀 진지하지 않을 뿐더러 괴팍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방식으로 보자면, 이 세계에는 현실적인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타인의 고통을 그저 쳐다만 보는 구경꾼으로 존재하거나,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미덥지 않은 특권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유한 나라들이 이곳저곳에 있다는 식으로 이 세계를 구별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리라.  - P163

마찬가지로 전쟁, 엄청난 불의, 테러리즘 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아는 바가 아무것도 없는 뉴스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해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일반화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자신들이 텔레비전 상에서 보는 것들에 전혀 단련되어 있지 못한 텔레비전 시청자들도 수십 억이 넘는다.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 선심을 베푸는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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