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나는 보안관찰을 받던 놈인데 내가 사라지니까 비상이 걸렸어. 삼척 집에 가서 김용태 어디 있는가 내놔라 하니까 우리 형님이 주소를 가르쳐준 거지. 나를 보더니만 ‘마산 동부경찰서까지 갑시다!‘ 하는 거야. ‘뭐 땜에 그래요?‘ 하니까 예비군 훈련을 안 받은 게 있어서 그것 때문에 나왔대. 나중에 보충교육 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했더니 일단 가자네. 그럼 갑시다. 문 앞에 딱 나오는데 앞에 한 놈이 있고 뒤에 한 놈이 딱 있는데, 뒤에 한 놈이 내 옆구리에다 뭘 갖다가 퍽 들이대. 허튼짓하면 바로 쏴버린다 그래. 권총이야. 난 뭐 그래 예비군 교육 한번 안 받았다고 권총을 들이대나 황당하더라고. - P207

날 밀어넣더니 지들끼리 떠들어. ‘이 새끼 순순히 따라와?‘ ‘지가 안 따라오면 어쩔 건데.‘ ‘밥 챙겼어?‘ ‘안 먹였어요.‘
그러더니만 라면을 끓여서 왔는데 국물이 하나도 없어. 아마 내 생각엔 수프를 다 넣고 거기다 소금을 또 한주먹 넣었지 싶더라고, 라면을 먹어보니까 이게 짠 정도가 아니고 써서 못 먹겠어.
한 젓가락을 뜨고 딱 놓으니까 바로 날아와. ‘이 새끼야. 여기가 니 맘대로 처먹고 안 처먹고 하는 덴 줄 알아? 어서 처먹어!‘ - P207

그랬더니 백상지 갖다 주고 니가 태어나서 여기에 오기까지 있었던 일을 적어라 그래요. 진짜 아침에 무슨 밥을 먹고 점심에무슨 밥을 먹었는가 그것까지 다 쓰라는 거야. 3일 동안 잠도 안재우고 손가락이 아파서 못 쓸 정도로 반복시키더라고. 라면 그짠 걸 먹어가지고 갈증은 나지, 물 좀 달라니까 ‘야, 이 새끼야.
빨갱이 새끼한테 줄 물이 어디 있어‘ 또 두드려 패고. 내가 맞아서 정신 잃으면 머리에다가 물을 갖다가 부어버려. 깨워서 쓰고또 쓰고 딱 글을 쓰니까는 세 번째에 딱 그래. 이 새끼가 머리가보통 놈이 아니라면서 내용이 똑같다고 나보고 철저히 교육받아서 답변을 준비했다는 거라. 내가 이북에서 교육받은 내용을썼더니 교육받은 내용이 지령이라는 거라. 이북에서 교육을 받고 실행하려고 나와서 활동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내가 ‘난수표가 뭡니까?‘ 했다니까. 난수표가 뭔지도 모르다가 고문받으면서 알았어요." - P208

김용태는 고문을 24일까지 버텼다. 바깥 세계와 단절된음습한 시멘트 바닥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전해오는 고문이란 고문은 다 당했다. 고춧가루 고문, 물고문, 전기고문. 그의 몸이기억하는 가장 힘든 고문은 손톱 밑에 이불 꿰매는 큰 바늘을찔러 넣는 것. 열 손톱이 부옇게 뜨면서 몸의 가장 끄트머리부터 심장까지 조여 오며 온몸으로 전기가 지지력 흘렀다. 24일동안 24시간 내내 그는 생과 사를 수도 없이 오갔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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