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다지도 잔인한건지... 아.. 버키..!
대체 이 젊은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글의 화자는 버키 캔터가 감독으로 있었던 챈슬러 놀이터에서 놀던 아널드 메스니코프이다. 그 자신도 버키 선생님과 같은 해에 폴리오를 앓았고, 다행스럽게도 두다리에 보조기를 대고 목발과 지팡이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데, 버키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3. 재회‘에서 화자와 버키 선생님이 1971년 어느 봄날 정오에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고, 그 감격스런 만남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근처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회한과 후회, 죄책감으로 가득찬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버키 선생님이 놀이터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신망과 사랑과 경탄을 받던 시절, 아이들에게 ‘창 던지기‘ 시범을 보여주는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압권이다. 그 아름다운 문장에서 보여주는 그 날의 분위기, 버키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 경탄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평생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직 괴로움에 찬 나날을 보내는 버키 선생님의 전성기의 찬란한 한때가 그림처럼 그려져서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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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채 차 뒷좌석에 누워 이제는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도널드를 보자 버키는 아이가 첫날보다 두번째 날 밤에 호수에서 훨씬 자신 있게, 훨씬 균형이 잡힌 동작으로 부드럽게 다이빙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아이가 아주 튼튼했다는 것, 도널드가 할 줄 아는 다이빙을 다 한 다음 제비식 다이빙을 삼십 분 더 가르쳐주었던 것을 기억했다. 또 도널드가 각각의 다이빙을 반복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하던 것을 기억했다. - P225
버키가 창을 두드리자 도널드가 눈을 떴다. "너는 괜찮을 거야." 버키가 아이한테 말했고, 블롬백 씨는 차를 몰고 떠났다. 버키가 차를 따라 달려가며 도널드에게 소리쳤다. "며칠만 있으면 다시 같이 다이빙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고 눈에 담긴 표정은 섬뜩했다- 열에 들뜬 두 눈은 버키의 얼굴을 훑으며 누구도 줄 수 없는 만병통치약을 미친듯이 갈구하고 있었다. - P225
다행히도 캠프 아이들은 아직 아침식사중이었으며, 버키는 캐빈 층계를 달려올라가 도널드의 몸을 싸느라 담요가 사라진 침대를 최대한 단정하게 정돈했다. 그런 다음 포치로 나가 이제 곧 그의 밑에서 일하는 실무진이 모여들 호수를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곳에 폴리오를 가져왔겠는가? - P225
폴리오 때문에 신체적으로 불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끈질긴 수치심 때문에 사기도 푹 떨어져 있던 그 긴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 그에게서는 전반적으로 뿌리 깊은 좌절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는 미국에서 폴리오 피해자의 가장 위대한 모범인 FDR와는 정반대로 병에 걸리면서 승리가 아니라 패배에 이르렀다. 마비와 그뒤에 온 모든 것으로인해 그는 사나이라는 자신감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삶의 그쪽 면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대체로 버키는 자신이 성 역할에서 무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남자라면 용감하게 가정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가적 고난과 투쟁의 시대에 성년에 이른 소년에게는 부끄러운 자기 평가였다. - P246
할머니는 이제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지만, 그는 어쩌다가1967년 뉴어크 폭동의 중심지에 있게 되기까지 폭동 기간에 거리에서 집 한 채가 불에 타고 근처 지붕에서 총알이 날아왔다ㅡ에이번 근처 바클레이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그들의 작은공동주택 집에서 살았다. 외부의 계단을 올라가야 했지만 ㅡ한때는 한 번에 세 단씩 즐겁게 뛰어올라가곤 하던 계단이었다ㅡ할머니의 사랑이 가없이 펼쳐졌던 곳, 한 번도 차가워지지 않았던 보살핌의 목소리를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곳에 계속 머물기위해 어떤 계절이든, 얼음이 깔려 있든 미끄럽든 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 P247
그는 비극을 죄로 바꾸어야만 했다. 벌어진 일에서 필연성을 찾아야만 했다. 유행병이 생겼고 그에게는 그것을 설명할 이유가 필요하다. 그는 왜냐고 물어야만 한다. 왜? 왜? 그것이 의미 없고, 우연이고,터무니없고, 비극적이라는 말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것이 급격히 증식하는 바이러스라는 말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이 순교자는, 왜에 미친 이 사람은 필사적으로 더 깊은 원인을 찾으며, 그 왜를 하느님이나 그 자신 안에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신비하게도, 불가사의하게도, 그 둘이 무시무시하게 합쳐져 생겨난 단일한 파괴자에게서 찾는다. 그가 그의 삶을 시들게 해버린 고통들을 쌓아가는 것에 내가 아무리 공감한다 해도, 그것은 어리석은 오만, 의지나 욕망의 오만이 아니라 환상적이고 유치하고 종교적인 해석의 오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전에도 들어보았고 이제 버키 캔터처럼 대단히 품위 있는 사람으로부터도 들을 만큼 들었다. - P266
"나는 애들을 돕고 싶었고 애들이 강해지게 하고 싶었어." 그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돌이킬 수 없는 해만 입히고 말았지." 그 생각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은 해를 입을 만한 짓을 한 적이 없는 사람임에도, 수십 년 동안 말없이 고통을 겪어왔다. 그는 이 땅에서 수치스럽게 칠천 년을 살아온 사람처럼 그 순간을 돌아보았다. - P272
그러나 세상에서 망가진 착한 소년만큼 구원하기 힘든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자신만의 상황 감각을 키워왔기 때문에 또 간절하게 갖고 싶어했던 모든 것을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내 힘으로는 그가 자기 삶의 끔찍한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몰아낼 수도 없고 그와 그 사건의 관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없었다. - P274
.... 챈슬러 놀이터와 인디언 힐 양쪽에 초래된 대재난은 그의눈에 자연의 악의에 찬 부조리가 아니라 그 자신이 저지른 큰 범죄로 보였고,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자신이 한때 소유했던 모든것을 내놓고 인생을 망쳤다. 버키 같은 사람의 죄책감은 남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지만, 사실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사람은 구제할 수 없다. 그가 하는 어떤 일도 그가 안에 품은 이상에는 이를수 없다. 그는 자신의 책임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절대 모른다. 그는 절대 자신의 한계를 믿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체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한 선을 천성적으로 짊어지고있어, 자신에게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반드시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불구인 남편을 얻는 것을 막는 데서 가장 큰 승리감을 맛보며, 그녀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을 부인 하는 것은 영웅적 행동이 된다. - P274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는 모든 조심성을 발휘하여 안전을 위해어느 시점에는 누구도 운동장으로 뛰쳐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 자리에서 모든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이 점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으며, 그 진지함은 이 일에 대한 그의 헌신의 표현이었다. - P279
이윽고 그는 창을 던졌다. 그가 공중에서 창을 놓을 때 우리는그의 모든 근육이 불거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힘을 쓰느라 목이 졸리는 듯한 신음을 토했다(그뒤로 며칠 동안 우리 모두그 소리를 흉내내며 돌아다녔다). 그것은 그의 본질을 표현하는 소리였다-최고를 향해 노력하는 적나라한 함성. 창이 그의 손에서 날아오르는 순간 그는 균형을 잡으려고, 자신이 스파이크로 흙에 새겨놓은 파울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창이 운동장 위에서 높이 큰 호의 궤적을 그리는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우리 누구도 바로 우리 눈앞에서 운동선수의 움직임이 그렇게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P279
창은 50야드 선을 넘어 계속, 계속 날아가 상대편의 30야드 라인을 한참 지나갔으며, 이윽고 아래로 내려가다 땅에 부딪히자 뾰족한 금속 끝이 날아오던 힘에 밀려 예각으로 땅을 파고들며 자루가 부르르 떨렸다. - P279
우리는 큰 소리로 환호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창이 그리는 모든 궤도는 캔터 선생님의 유연한 근육에서 나왔다. 그의 몸 - 발, 다리, 엉덩이, 몸통, 팔, 어깨, 심지어 굵은 그루터기 같은 짧고 단단한 목까지-이 조화롭게 움직여 창을 날리는 동력이 된것이다. 우리 놀이터 감독이 양식을 찾아다니던 평원에서 잡아먹기 위해 사냥을 하고 손아귀의 힘으로 야생을 길들이는 원시인이 된 것 같았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경외심을 느낀적이 없었다. 그를 통해 우리 소년들은 동네의 작은 이야기를 떠나 우리 옛 남성의 역사적 서사시에 진입했다. - P280
그는 그날 오후 여러 번 창을 던졌는데, 모든 던지기가 매끄럽고 강력했으며, 그때마다 외침과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매번 던질 때마다 창은 그전보다 몇 야드 더 먼 곳에 떨어져 우리를 기쁘게 했다. 창을 높이 들고 달리다 창을 든 팔을 몸 뒤쪽으로 쭉 당기고, 이어 그 팔을 앞으로 쑥 내밀며 어깨위 높은 곳에서 창을 놓을 때ㅡ 뭔가 폭발하는 것처럼 창을 놓을때 ㅡ그는 우리에게 무적으로 보였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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