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이 사람은 영화감독이다. 사건에 관해 캐묻는 바람에 언론사 기자로 착각할 뻔했지만.
"감독님은 이 사건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시는군요."
"네, 맞아요."
"요즘 세상에는 그렇게 희귀한 사건도 아닌 것 같은데요. 하물며 재판도 끝났는데 더 파헤칠 게 있나요?"
그러자 감독이 입을 꾹 다무는가 싶더니 시선을
테이블로 떨어뜨렸다.
이윽고 아이스커피가 나왔다. 종업원이 가게 이름이 인쇄된 코르크 받침을 깔고 그 위에 유리잔을 놓았다. 그리고 빈커피잔을 치우다가 테이블 위에 스푼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감독은 거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 P74

감독은 테이블 한쪽 편에 밀어 두었던 클리어 파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를 봤다.
"나는 이 사건의 진상에 의혹을 품은 게 아니에요. 다만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싶어요. 
죽은 후에 주위 사람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말만으로 다테이시 사라라는 사람이 규정되는 건 불합리하잖아요. 나는 실제의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를 살해한 오빠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가 어떤연유로 살해되어야 했는지 알아내서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그런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굳이 영화관에 가서, 돈을 내면서까지.
감독이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 P75

"마히로 씨는 알고 싶지 않아요?"
"사라 씨나 그 사건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진상을 아는게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각본가잖아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원동력이 된 적이 없어요?"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