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가가자 노인들이 각자 잔을 손에 든 채로 움직임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다가 입을 벌린 채로 나를 뚫어지게•쳐다보았다. 최신 인형극에서 쇼맨이 인형에서 손을 떼면 인형들이 한순간에 동작을 멈추듯이. 혈관이 드러난 불그레한 늙은 얼굴에, 차가운 햇빛을 받으며 여관을 등지고 앉은 그 얼굴에 겁먹은 표정이 어렸다. - P108
우리가 그들이 앉은 의자 앞을걸어가는 동안, 새끼 올빼미들이 고개를 돌리며 어깨 너머로빤히 쳐다보듯 고개들이 하나같이 천천히 돌아가며 스무 개정도의 시선이 술잔 위로 비스듬히 따라왔다. 감옥 문처럼 못이 박힌 문으로 들어가 어둑한 통로를 거쳐 실내로 들어서니 좀 더 지체 높은 사람들이 앉은 그곳에서도시선들이 내 얼굴에 꽂혔다. 그래도 바깥에서처럼 대놓고 보지는 않았다. 농부들과 그 아내들, 이른 아침 사륜마차를 타고 가다가 잠시 쉬면서 요기를 하는 사람 두세 명, 그리고 실버턴의 목사로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으로 가는 길에 말발굽이 빠져서 잠시 쉬고 있는 영주의 아들, 그들이 말없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들 모두, 실내의 지체 높은 사람들이나 실외의 노인들이나 모두 내 언청이 입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난 불현듯 깨달았다. 각자의 지위와 학식에 따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 P109
‘희한하고 색다른 존재가 아닌가!‘ ‘저 여인은 분명 기형으로 태어난 인물이군!‘ ‘밤새 산토끼가 된 처자구먼. ‘마녀일세. 언청이가 된 추한 마녀. 그전에 럴링퍼드에 두세 번 간 적이 있었고 그때도 아마 다•들 이렇게 빤히 바라봤겠지만, 그땐 어렸을 때라 의식하지 못했다. - P109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무척 추운 날씨에 옷도 얇고 벽난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진땀이 솟으며 숨이 막혔다. 정말이지 난 마을 사람들을 사랑했고 그들도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랐고, 가축 몰이꾼이든 영주든, 주인이든 그 부인이든모두에게 애정이 있었으니까. 그들은 내 소풍의 일부이자 럴링퍼드와 세상의 일부고, 아이의 손안에 잡힌 작은 새가 한편으로 두려우면서도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듯 내 마음이 그들의 손안에 있었으니까. 난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새로운 길, 아이들이 뛰노는 새로운 마을을 만났으면 했다. - P109
아, 정말이지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다만 그런 바람의 핵심은 그들이 내가 지나가는것을 보면 상냥한 표정을 보이고, 아이들은 미소 지으며 내게 꽃을 따서 던지고, 내가 여관이나 술집에 들어가면 ‘밤이 깊었으니 불 가까이로 와‘ 하고 말을 건네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 P110
그래서 실제 세상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내게 훨씬 더한 충격을 주었다. 워낙 외딴곳에서 살아서 그전에는 나의 비통한 처지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경 구절처럼 쇠사슬에 매이듯 고통에 단단히 묶인 내 처지를 이제는 깨달았다. 아, 난 문 건너편에 갇혔고, 커다란 못이 박힌 여관 문은 그문에 비하면 한갓 종잇장이었다! - P111
앞서 말했듯이 내가 분노한 기디언을 본 적은 몇 번 안 되는데, 그때가 그중 하나였다.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눈은 그속에서 호수 물이 출렁이는 듯 차가워졌다.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런 눈빛으로 내려다보자 상대는 움찔했다. 그가 아주 느릿느릿 말했다. - P114
"이 애는 내 여동생입니다. 내가 마녀들과 함께 다이어폴산에서 춤출 마음이 있다면 그럴 겁니다. 그리고 위층 무도회에서영주 양반들과 춤출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할 거고요. 하•지만 당신에게 춤을 추자고 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영주님에게 표를 던지게 될지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집안 여자들 관리도 제대로 못 해서 여식이 거장을 치고 돌아다니게 놔두는분께서 과연 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는지? 회초리가 좀더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만." "도라벨라!" 여동생이 그런 분쟁에 휘말려 무척 언짢아진그녀의 오빠가 소리쳤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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