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어머니, 어머니!" 난 애원했다. "어차피 우리가 고칠 수도 없는 일인데 한탄은 그만하세요. 어머니가 우시는 건 못 견디겠어요. 어머니! 봐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자, 자, 어린양!"(어머니는 참 작고 허망해 보여서 난 어머니를 그렇게 부르곤 했다). "자, 그런 건 마음에 두지 말아요.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난 차라리 언청이인 것이 더 좋아요!" - P67
그 말을 내뱉은 뒤 난 집에서 뛰어나가 엉엉 울면서 쪽문을 지나 숲길까지 달려갔다. 내가 얼마나 큰 소리로 울었는지 여기저기에서 윙윙거리는날갯짓 소리가 들렸고, 숲속 위쪽 빈터에서 토끼 한 마리가내 울음소리를 듣고 길 중간에 꼿꼿이 앉았다. 축복을 내리는 목사님처럼 앞발 하나를 올린 모습이 마치 기독교인 같았다. 그의 사촌인 산토끼가 내게 준 것은 저주였을 뿐인데. - P67
왜 내게 그런 저주를 내렸는지 궁금했다. 산토끼가 원해서자유의지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악마가 그렇게 몰아댔을까? 내게 남편과 골풀 요람을 주기 싫어서 신이 그렇게 하라고내버려둔 것일까? 실없는 산토끼가 망쳐놓은 것을 바로잡는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앞으로 오랫동안 주중이든 주말이든 매일 일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참 기이한 일로 여겨졌다. - P67
언청이 수술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알았다. 생각하면쓴웃음이 나왔다. 매서운 습지에서 날아오른 들꿩이 시든 헤더와 얼어붙은 하늘 사이를 가르며 요란하게 웃는 거무죽죽한 가을 저녁이 떠올랐다. 냉혹한 늙은 남자들이 쓰러지는 적을 보면서 그렇게 웃겠지. 떳떳한 자식을 둔, 빳빳한 꽃무늬 실크를 잔뜩 두른 지체 높은 부인들이 어여쁜 창녀가 태형을 당하는 것을 구경하러 가서 입을 부채로 가린 채 그렇게 웃겠지. ...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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