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즐거운 하루‘ 중에서
여학생들의 대화가 온통 그것으로만 채워지는.. 학교에서의 즐거운 하루이다.

"아침에 보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할 거고, 아버지가일하러 나간 뒤 곧바로 엄마와 엘리너는 잠자리에 들 것이다. 침대에 누운 엘리너는 하얀 드레스 차림으로 교회에서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남편이 될 남자는 자기를아프게 하지 않을 섬세한 사람, 오직 그를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 온 순결을 좋아할 섬세한 사람일 거라고 상상할 지도 몰랐다.
엘리너는 런던의 나뭇잎들이 황갈색으로 물든 어느 가을날 오후, 투피스를 차려입고서 여행을 떠날지도 몰랐다. 함께 비행기에 오를 남자는 갸름하고 부드러운 손으로엘리너의 손을 잡을 테고, 둘은 함께 에어프랑스를 타고서 비아리츠로 날아갈지도 몰랐다. 여행을 마친 엘리너는 벽과 빛깔이 같은라벤더색 커튼이 드리워진 집으로 돌아올지도 몰랐다. 가스난로 속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고, 자연목을 깐 바닥에는 카펫이 펼쳐져있고, 전화기는 연한 푸른빛을 띠고 있을지도 몰랐다. "왜 그래?" 수지 크럼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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