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 캐슬린 제이미/2장 병리학


"좀 더 볼래요? 감염에 관심 있다고 했죠? 당신을 위해서 감염된 샘플 두 개를 옆에 치워놓았어요."
"친절하시군요.‘
이번에 아래에 펼쳐진 풍경은 황홀한 사파이어 푸른빛이었다.
북쪽으로 면한 해안선이 보였고, 1마일가량 내륙 ㅡ이렇게 말할 수있다면 ㅡ으로 들어간 곳에 규칙적인 간격의 타원형들이 해안을 향해 있었다. 꼭 분화구나 스포츠 경기장처럼 보였다. 프랭크는 나름 차분하고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가 ‘주상柱狀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가 타원형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기둥들을 수평으로 잘라놓은 것으로 산 분비선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위 내벽에 와 있었다. - P47

타원형 구조 사이에 골짜기들이 해안으로 난 것이 보였다. 프랭크는 이런 계곡에 있는 뭔가를 내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나는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이 현미경에는 대상을 가리키는 커서가 없었으므로 여러 차례 끈질기게 시도해야 했다. 풍경과 언어가 어우러진대단히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풍경속에서 안내하는 것 말이다. 내가 본 풍경은 참으로 황홀했다. 삼각주와 습지, 반도와 고리 모양의 산호섬. 그 안에는 있는 보이지 않는 풍경까지. 여러분은 우주의 비밀을, 인체와 지구의 신비로운 결합을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고 상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감히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의눈과 관계가 있다. - P47

사바나 초원을 살피도록 적응된 수렵 채집인의 눈으로 언덕 사면의 계곡들을 들여다본다. 아주 자그마한 것을 풍경처럼 보일 때까지 확대하면 이제 우리는 활동에 나설 수 있다.
"저기 있네요!" 프랭크가 말했다. "시골 풍경 같지 않나요? 풀을 뜯어 먹고 있어요!"
나도 보았다. 대단히 어둡고 확대했는데도 여전히 작은 타원형 점들 예닐곱 개가 푸른 계곡에 걸쳐  있었다. 까마득히 위에서 바라본 툰드라의 사향소 같았다. - P48

"이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Helicobacter pylori 입니다. 박테리아죠. 위벽을 자극해서 위산을 과하게 분비하도록 만들어 위궤양의 원인이 됩니다. 지금은 이렇게 확실하지만 1984년에야 발견되었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병리학자가 염증으로 부어오른 위장과 이 균사이의 관계를 알아냈어요. 그는 살짝 미치광이였어요. 그래서 아무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박테리아가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죠.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정신 나간 학자와 작업해서 함께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죠. 요점은 사람은 자신이 기대하는 것,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보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가끔은 순진한 눈으로, 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필요가 있어요………."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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