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물은 만들기 가장 쉬운 발효 음료이다. 어떤 때는 이미 자연속에 만들어져 있어 바로 먹기만 하면 된다. 여름날 격렬한 폭풍이 몰아쳐 나무에 있던 벌집이 땅으로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자.
비가 벌집 안에 차고. 꿀이 저장되어 있던 부분에 빗물이 들어오니 꿀은 희석될 것이다. 이어 여러 날이 지나면 태양 열기에 자연스레 발효가 된다. 공기 중에 있던 박테리아와 효모 덕분에 발효는 더 잘 될 것이다. 인간들이 우연히 그 앞을 지나다 맛을 보았고, 약간 달면서도 변질되어 좀 시큼한, 그러니까 기분 좋은 발포성이 있는 이 맛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 P110

역설적으로 꿀물은 순수 상태에서는 발효되지 않는 두 원료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물과 꿀이다. 벌통에서 나온 순수 꿀은 포도즙이나 주스와는 달리 자연적으로 발효되지 않는다. 꿀에는 미생물이 당분을 변형시키지 못하게 막는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어서다. 심지어 꿀이 들어 있으면 물질이 부패하거나 발효되는 걸 막는다. 하지만 물이 섞이면 다르다. 꿀이 3분의 1, 물이 3분의 2 비율이면 충분하다. 공기 중에 그대로 둔 혼합물은 열기만 넉넉하면며칠 만에 약간 알코올 기운이 있고 발포 현상이 생기는 상태로변한다. 에티오피아의 벌꿀 와인인 테지는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자연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며, 식물로 풍미를 더한다. - P112

꿀물, 세계적 문화 산물
꿀물은 탁월한 문화적 산물이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문명에서 꿀물을 볼 수 있다. 이 달콤한 음료를 언제든 마실 수 있는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꿀물은 신들을 위한 불로장생 음료였을까? 전 대륙의 무덤 안의 망자 주변에 놓인 항아리에 꿀물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도 남는다. 특히, 장례 의식을 치르는 데 필수적이었다.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중국, 스칸디나비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켈트, 게르만 등에서도 이 가장 오래된 발효 음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 P112

아스-반(신적인 두 ‘가문‘) 전쟁이 끝나고, 평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아스와 반 가문은 큰 통을 둘러싸고 모였다. 그들은 통 속에 침을 뱉었고, 이 액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아스 가문은 크바시르 Krasir라는 이름의 한 인물을 만들었다.
크바스 kras는 오늘날 스칸디나비아어로 과일즙을 뜻하고, 슬라브국가에서는 꿀과 호밀 가루를 기초로 한 발효 음료를 뜻한다.  - P135

꿀물의 기원이 되는 이 신화의 상징성을 해독해보자. 크바시르라는 인물은 주인공의 타액으로 창조되었다. 오딘 신은 신들의집에 돌아와 신성한 음료를 내뱉는다. 한 일벌의 입에서 다른 일벌의 입으로 옮겨지는 넥타르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그 타액의 효과로 점차 꿀이 되어간다. 낭송의구술성도 여기서 중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적 영감의 원천이이 꿀 음료이기 때문이다. - P136

크바시르라는 인물형은 또한 통일과 평화의 기호이다. 그가 죽고 해체된다는 것은 통일을 잠시 잃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꿀이 첨가된 그의 피로 더 정교해져 음료 속에 부활하게 된다. 꿀은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역할을 한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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