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왔다. 나는 길을 건너기가 두려웠고 
비스듬하게 서 있는 집들이 내 쪽으로 쓰러지거나 
보도가 솟구쳐 나를 들이받을까 두려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언제든지 그들 중 누구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내게 다가와 나를 때려눕히거나, 아니면 내게 한껏 길게 혀를 내밀어 보일 수도 있었다. 고향에서 메타가 그랬을 때처럼. 가면무도회가 열렸을 때 그녀는 나를 보러 와서 가면의 틈새로 내게 혀를 내밀었다.

택시 한대가 지나갔다. 손을 들자 운전사가 멈췄다. 내가 문을 열지 못하자 그가 내려서 문을 열어 주었다. - P217

모든 것이 항상 그토록 똑같았다 내가 결코 익숙해질 수 없었던게 바로 그 점이었다. 
그리고 그 추위. 또 다 똑같은 집들과 동서남북으로 뻗은 다 똑같은 거리들. - P218

나는 ‘고통이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나는 괜찮았다. 가끔 가다 마치 침대밑을 뚫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순간이 있는 걸 빼곤. - P221

그들의 말소리가 멈추자 빛줄기가 다시 방문 아래로 들어왔다.
마치 모든 것이 다 잊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이 물밀 듯 되돌아오는 것처럼. 나는 누워서 그 빛줄기를 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새롭고 신선하다는 것에 대해 무슨 일이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아침들과 안개 낀 날들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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