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안에서 -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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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안에서》 조르조 바사니
조르조 바사니의 페라라는 그의 이야기의 원천이자 기억의 원형과 같은 곳이다. 상상의 공간이면서 실제하는 장소들이고 끊임없이 창조되는 동시에 유대인들의 집단적 기억이 깃든 장소이다. 그의 작품에서 ‘유대인‘과 ‘페라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1938년부터 1943년까지 유대인 인종법이 발효된 후 이탈리아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이 공식화 된 5 년 동안의 페라라 유대인 사람들과 거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 시절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그 시기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듯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작품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에는 5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리다 만토바니‘, ‘저녁 먹기 전의 산책‘, ‘마치니 거리의 추모 명판‘, ‘클렐리아 트로티의 말년‘, ‘1943년의 어느 날 밤‘ 등이다. 그가 말해주는 페라라 사람들과 거리와 추억들, 사랑, 과거와 현재, 역사와 사실들은 이미 지나가버려서 세피아빛, 혹은 흑백사진의 이미지처럼 색바랜 과거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애잔한 그 이름과 거리들을 하나하나 불러보게 만든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페라라의 거리 이름들, 조베카 대로, 살린궤라 거리, 포 강, 리다 만토바니와 오레스테 베네티, 마레 성문, 반파시시트, 젬마 브론디, 엘리아 코르코스, 델리 기아라 거리와 성벽 위 오솔길 지나 코르코스 박사의 저택, 마치니 거리, 에르베 광장, 그리고 ˝사백명 중 백팔십삼 명˝... 백팔심삼명의 추모명판과 수용소에서 살아돌아온 제오 요즈, 파르티잔들, 델라보르사 카페, 유대교 회당과 게토, 회유와 협박 당하고 감금당한 사람들, 클렐리아 트로티와 로비가티, 브루노, 로마 대로와 피노 바릴라리, 마침내 1943년 12월 15일의 학살, 데스테성의 해자와 미칠 듯한 폭력과 공포의 시간들, 시아구라, 금발의 안나 레페토의 삶...이 모든 거리와 역사와 이름들은 실제 역사와 사실 속에서 이야기로 형상화 되었다. 지금도 페라라에 간다면 이들의 흔적을 찾아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 어느 거리 어느 성문 앞이나 성벽 안에서 이들을 만나게 되는건 아닐지 기대하게 될 지도!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구분이 잘 안되지만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단걸 곧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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