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농사를 지으시는 원주민들은 슬슬 올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인가 보다. 2월 중순 무렵부터 집집마다 퇴비를 잔뜩 들이기 시작했다. 농협에 농지원부가 등록되어 있는 농민들은 퇴비를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 있다. 파렛트 단위로 들여서 쌓아 놓고 1~2년 정도 묵힌다. 그해 들인 퇴비를 그해 바로 밭에 뿌리면 너무 독한데다가 그 냄새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2~3년 정도 묵혀서 사용을 하는데 우리도 좋으신 이웃을 만난 덕분에 손바닥만한 텃밭에 퇴비를 뿌려 농사를 짓는다. 주위분들은 워낙 크게 농사를 지으시니 우리 집 5평 정도 되는 텃밭은 농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비웃음을 날리신다. 난 근데 그게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는...ㅎㅎㅎ 내가 봐도 우리 집 텃밭은 진짜 쬐~~~~그맣고 작디 작아서 그분들 보시기엔 웃음이 나겠지... 우리보고 농사짓지 말고 그냥 당신들 집에서 갖다 먹으라고(들) 하신다... 암요!! 그치만 우리 집 텃밭도 아주 알차게 지어 먹겠습니닷!!!



우리 아랫 집 어르신은 예전 STX 조선 부회장님 출신이신데 퇴직하면 농사를 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50 대 초반부터 이 동네 땅을 매입하고 주말마다, 방학마다 다니며 농사를 배우셨단다. 그 사이 외국으로 근무를 하러 가시기도 하고 동네 원주민께 소작을 주기도 하면서 세월이 흘러 정년 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이 마을 어르신께 농사를 배우셨다는데 거의 80 세가 다 되신 어르신의 농사 실력은 가히 신급이시다. 어찌나 부지런하시고 정정하신지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영어, 중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신단다. 밭 농사도 많이 하시지만 사과, 배, 대추, 블루베리, 자두, 체리 등등의 과일 나무가 많으신데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를 새로운 과일의 세계로 이끌어 주셨다고 한다.^^ 와~~~ 정말 내 생전에 이렇게 달고 맛있는 사과와 배는 진짜 처음 맛본다. 천상의 맛!!! 이 어르신 댁은 온리 가족들이 먹을 것만을 위해 농사를 지으시는데 워낙 밭이 넓으니 거기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진짜 많다. 아무리 많아도 우릴 안주면 그만인데 틈만 나면 불러서 오이 좀 가져가라, 대파 좀 뽑아가라, 상추 등의 푸성귀도 넘치도록 주시고 고추도 말할 것도 없고 겨우내 비닐 덮어놨다 6월에 수확하는 양파, 자색 양파도 푸짐하게 바구니가 넘치도록 주시고, 가을 되면 사과, 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풍성하게 주신다.  가진 것도 너무 비교불가하게 차이가 나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두 내외분과 거의 20년 정도 차이니까 친구로 지내기도 애매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셨던지라-거기다 남편 동창이 부회장님 직속 부하직원이더라는- 그냥 형님, 동생하기도 애매.... 호칭을 정하는 건 이래저래 힘들다! 우린 그냥 어르신, 사모님 이러고 부르기로 합의..ㅎㅎ 사모님은 그걸 즐기시는 듯~~~ 원하는대로 불러 드리자 이런 심리.) 불편할까 싶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난 그분들보다 가진 것도 너무 적고 나이도 많이 어리니까 그냥 내려놓자 하고 나니 편해졌다. 그래서 수시로 내려가 차를 얻어 마신다... !!



그런데 그 분들은 여기에 이렇게나 넓은 땅과 고대 광실 2층 집이 있으신데 농사가 끝나면 겨울은 여기서 나지 않으시고 원래 집이 있는 판교의 아파트로 가버리신다. 거의 두 달 반 가량은 아랫 집이 불이 꺼진 채로 비어있는 거다. 난 너무 심심해...ㅠ.ㅠ 2월 중순 정도 되어 날이 좀 따뜻해지면 어르신이 여기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너무 넓어 관리가 힘드신 고로 일용직 일하는 분들을 불러 일을 시키신다. 그래서 겨우 내 조용하던 아랫 집에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트럭들이 드나들고 분주해지면 난 내 방 창가에서 그걸 내려다보며 즐긴다. 하루 종일 적막강산 속에 두어 달을 보내다 사람 목소리가 들리니 그게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지난 번 대만 여행 갔다 사모님 중국에서도 몇 년 계셨던 게 생각나 우롱차와 펑리수를 챙겨왔다 아랫집 현관문에 걸어두고 왔었는데 고맙다시며 저녁을 또 사주신다고... 맨날 얻어먹기만 해서 소소한 선물 드리면 되려 배로 갚으시니 이를 어쩌나 싶다 정말...(우리에게 묵힌 퇴비를 또 6봉(각 20키로)이나 주셨다. 이러니 내가 애정 할 밖에..ㅎㅎ)



난 농민은 아니지만 농번기를 보내는 마음으로 겨울이면 집에 들어앉아 책 읽기에 몰두한다. 할 일이 없다기 보단 하고 싶은 일이 독서니까~~~ 아... 화,목 이틀은 수영을 가는구나. 수영도 너무 재밌어(그런데 오늘 나 로또 맞은 기분.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들이 32살인데 차가 없으면 출퇴근이 어려워서 차를 뺏기게 생겼다고 그랬더니 주민센타 수영장 청소 도와주시는 어머님이 나보고 아무리 봐도 40대 후반 정도로 밖에 안보인다고 .. 그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냐고 깜짝 놀라시면서...ㅎㅎㅎ 열살 이상 어리게 봐주시니 내가 오늘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들 밖에... 아 너무 기분이 좋아서 안 쓸 수가 없네).  열심히 책을 읽어보자꾸나~~~





<알라딘>




































<귀신들의 땅>은 1월 대만여행 갔다가 가이드 님이 대만의 역사에 대해 너무너무 설명을 잘해 주셔서 갑자기 대만 소설이 읽고 싶어져 장바구니 담아놨다가 구입했다. 제목에 귀신이 들어가 있어 망설이다가 "타이완 근대사와 한 가족의 비극이 교차하는 기억과 망각, 웃음과 부조리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펼쳐진다"는 문구를 보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대만도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을 원수 보듯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 그래서인지 거리에 일본 자동차가 진짜 많았다. 중국소설과 다른 분위기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오랜만에 미미 여사의 소설 읽기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와 펀딩으로 구입한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까지 소설은 3 권을 구입했다. 1월과 2월은 너무 가열차게 달리고 있는 거 같아 당분간 도서관을 가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2월 중순 경에 바로대출이 이미 예산소진으로 신청이 안된다는 말을 보고 나니 괜히 화가 나서 그럴 수가 없을 거 같다. 읽고 싶은 책 적어 놨다가 3월 초에 바로 신청을 하지 않으면 바로대출은 영영 물 건너 가게 생겼다. 발 빠른 신청만이 살 길... 아니 그게 아니라 발 빠르게 신청을 해야 한 권이라도 책 값을 아낄 수 있다는 거. 아들 이름으로도 빌린다. 고로 4 권 까지 신청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요즘 조르조 바사니의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을 읽고 있는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페라라'가 갑자기 궁금해졌고 그러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에 '페라라'가 있단 걸 알게 되었고, 다시 그걸 읽다 보니 역시 조르조 바사니의 <성벽 안에서: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다시 또 책을 빌리게 된다. 모든 건 이렇게 서로 관계를 맺고 책에서 책으로 이어져 꼬꼬무가 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헤어나올 수 없을 거 같다. 나오지 말아야지 하는 게 나의 바람~~

그리고 나의 요즘 관심 영역인 '역사', 그 중에서도 걸출한 역사가이자 작가인 안토니 비버의 책이 궁금했었다.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히틀러와 스탈린이 만든 사상 최악의 전쟁> 이 책은 용인시 전 도서관에 딱 한 권 있다. 




시간이 많이 나는 거 같은데 왜 책은 그에 상응해서 읽지 못하는 걸까??? 읽을 책과 읽고 싶은 책들이 쌓이기만 하고 좁은 책상 주위에 점점 벽이 쌓이고 있다. 다락방으로 올려 둘 책들을 꽂을 책꽂이를 주문했는데 2주가 걸린단다. 좀 어이가 없는데 배송비는 35,000원이 추가가 되고 그것도 내가 조립을 해야 한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얼른 오기나 하면 좀 좋을까. 책이 너무 쌓여있으니 정신이 없어 집중이 더 안되는 거 같아. 이건 사실 핑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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