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 8장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형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저자의 심경의 변화가 느껴지는 시점이다.


8개월 후, 그날의 클로이스터였던 형의 병실에서 우리는 약혼을발표했다. 몰래 맥주를 가지고 들어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건배를 했고 형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빛났다.
그로부터 불과 4개월 후, 타라와 나는 형이 누워 있는 침대 곁을 번갈아 지키며 잠든 형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리를 죽인 채텔레비전을 봤다. - P163

그런 밤 중 하나였다. 늦은 밤, 크리스타 형수와 미아, 타라 그리고 내가 형을 돌보고 있었다. 형이 하는 말은 더 이상 앞뒤가 맞지 않던 시기였다. - P163

그런데 그런 형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치킨 맥너깃을 먹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맨해튼의 밤거리로 뛰어나가 소스와 치킨 너깃 한 아름 사 들고 돌아오던 그때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침대를 둘러싼 채 우리는 우리가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겼다. - P164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까지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농부 몇몇이 오후의 식사를 즐기는 모습 말이다. 배경 중간쯤 교회가 있고 그 뒤로 항구 그리고 황금빛 들판이 아스라한 지평선까지 굽이쳐 펼쳐진다. 화면 앞쪽에는 큰 낫으로 곡물을 거두는 남자들과그것을 한데 묶느라 허리를 굽힌 여자가 보인다. 
맨 앞쪽 구석에는 일을 하다가 배나무 아래에 앉아 식사를 하는 아홉 명의 농부들이 다소 희극적이면서도 애정을 담아 묘사되어 있다. - P164

브뤼헐 이 명작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주로 농사를 지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소작농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 노동을 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휴식을 취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뤼헐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러운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 P164

여기서 일하면서 나는 메트라는 웅장한 대성당과 나의 구멍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상의 리듬과는 거리가 먼 곳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상의 리듬은 다시 찾아왔고 그것은 꽤나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 P191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 P192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재킷 주머니에서 작은 공책을 하나 꺼내 들고 머리에 떠오르는 포부들을 몇 개의 문장으로 적는다. 과거에는 대부분 수동적인 태도로 메트와 메트의 소장품들을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관찰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 P193

... 예술을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러는 대신 예술과 씨름하고, 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동원해서 그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부딪쳐보면 어떨까?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덤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숙제 같다.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고하는 두뇌를 잠시 멈춰뒀다면 다시 두뇌의 스위치를 켜고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 P1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