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러 해 전부터 핀치콘티니가에 대해-미콜과 알베르토, 에르만노 교수와 올가 부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페라라의 에르콜레프리모데스테 대로에 있던 그 집에 살았거나 나처럼 그 집에 드나들었던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하지만 일 년 전인 1957년 4월 어느 일요일에서야 어떤 자극과 충동을 받아 실제로 글을쓰게 되었다. - P7
제1부
1
핀치콘티니가의 묘는 크고 단단하고 정말이지 위풍당당했다. 어렴풋하나마 일면 고대 신전 같기도 하고 동양 사원 같기도 한 모양새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오페라 극장에서 유행하던 <아이다>와 <나부코>의 무대장치에서 본 듯한 모습이었다. 인근 시립 공동묘지를 비롯해 다른 공동묘지에서라면 그렇게 과시적인 묘라 해도 놀라울 게 없을뿐더러, 다른 많은 무덤에 뒤섞여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유대인 묘지에서 그런 묘는 유일했다. 그래서 입구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반세기가 넘게 더이상 아무도 묻히지 않아 버려져 있던 저기 안쪽 땅에 있기는 해도, 다른 묘와 확연히 달랐고 금방 눈에 들어왔다. -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