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책의 제목이 나오고 그 다음 장에 ‘작가의 말‘이 나온다. 작가가 이 작품을 아마존 보존을 위한 환경운동을 펼치다 살해당한 치코 멘데스를 기리며 발표한만큼 ‘작가의 말‘을 남겨두는 것도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티그레 후안상(賞)을 수여하게 될 심사 위원들이 이 소설을 읽는 사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조직에게, 고급 의상에 손톱까지 깔끔한 자들에게, <발전>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자들에게 매수당한
무장 괴한들이 세계 환경 운동가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저명한 인물이자 아마존의 열렬한 옹호자를 살해했다.
사랑하는 친구, 치코 멘데스. 늘 과묵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활동하던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하지 못하지만 감히 나는 티그레 후안상이 당신에게 주는 상이자 하나뿐인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당신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오.
- 루이스 세풀베다

「뭣하고 있어. 덤비라고. 그래서 단번에 이 빌어먹을 게임을 끝장내야 할 게 아냐!」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악을 쓰며 -그게 스페인어였는지, 아니면 수아르 족 언어였는지 자각을 하지 못했다 - 앞으로 나아갔다. 부상당한 짐승 역시 그 순간을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고, 노인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 P167

노인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거대한 화살처럼강변을 달려오던 암살쾡이는 불과 네댓 걸음을 남긴 지점에서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차분하게 그 순간을 기다리던 노인은 짐승의 도약이 정점에 이르자 방아쇠를 당겼다. 일순 허공에서 도약을 정지한 듯한 짐승은이내 몸을 비틀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 P167

... 죽은 짐승의 털을 어루만지던 노인은 자신이 입은 상처의 고통을 잊은 채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 P168

이윽고 노인은 눈물과 빗물에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짐승의 시체를 끌고서 강가로 나갔다. 그는 그 짐승의 시체가 우기에 불어난 하천을 따라 다시는 백인들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거대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는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그리하여 영예롭지 못한 해충이나 짐승의 눈에 띠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원하면서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노인은 느닷없이 화가 난 사람처럼 손에 들고 있던 엽총을강물에 던져 버렸고, 세상의 모든 창조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그 금속성의 짐승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 P168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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