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당나귀 배처럼 불룩한 먹장구름이 
무겁게 드리워 있고, 밀림을 휩싸고 도는 끈끈하고 칙칙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폭풍우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미 우기에 접어든 날씨였다. 사위가 잔뜩 흐린 가운데 어디선가 불어 닥친 사나운 바람이 읍사무소 앞을 장식한 바나나나무를 흔들어대며 땅에 떨어진 잎사귀들을 휩쓸어 갔다. - P11

읍사무소에서 조금 떨어진 선착장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엘 이딜리오 부락민들과 부근에서 모여든 노다지꾼들이었다. 그들은 두어 시간 전부터 치과 의사인 루비쿤도 로아차민의 회전의자에 앉을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치과 의사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는 기이한 방법으로 구강 마취를 시킨 환자의 이를 뽑으며 물었다.
「아파?」 - P11

책을 받아 든 노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두 손에 쥐어진 소설책들을 살펴보았다. 내용이야 들여다볼겨를이 없었지만 왠지 책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사이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와 치과 의사를 찾았다.
선착장에서 선장과 승무원이 나무 궤짝을 배 위로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뚱보가 보낸 사람이었다.
「읍장님께서 세금 내는 것을 잊지 말라고 전하랍니다.」치과 의사는 미리 준비한 지폐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감히 누구 앞에서 세금을 떼어먹겠는가? 장각하에게 가거든 이 사람은 모범적인 국민이라고 말씀드리게..
잠시 후 지폐를 받아 든 장이 한 손을 이마 앞으로가져가며 치과 의사에게 인사를 보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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