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로마의 길
라틴어로 책(libro)은 ‘자유(libre)‘를 의미하는
형용사와 비슷하게 들린다. 이 두 단어의 인도유럽어 기원은 서로 다르지만 말이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 같은 로망스어는
그런 발음의 유사성을 물려받았고, 이는 ‘독서‘와 ‘자유‘를 동일시하는 언어유희를 가능케 한다. 모든
시대의 학식 있는 사람들에게 이 둘은 결국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열정이었다.(351쪽)

의미심장하게 새겨볼 문장들이 많다.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다. 빠져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의 모험에 동참하고 있다.

알베르토 망겔은 독서의 역사에 이렇게 쓴다. "미국 남부 전역의 대농장 소유주들은 철자를 아는 노예를 교수형에 처했다. 노예의 주인들(독재자,
폭군, 절대 군주, 기타 불법적인 권력의 소유자)은 문자의 힘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은 읽기가 몇 개의 단어만으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한 문장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을 읽을수 있다. 글을 모르는 군중은 지배하기 쉽다. 
읽는 기술은 한번 습득하면 버릴 수 없기에,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독서는 금지되어야 했다." - P348

이에 비해 그리스-로마 문명의 주민들은 그들의 노예가 복사, 쓰기, 문서화 작업에 적절하다고 여겼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고대에 독서는 오늘날 같은 침묵의 독서가 아니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늘 큰·소리로 읽었다. 고대인들의 관점에서 글자를 소리로 만드는 작업은 일종의 주문과도 같았다. 고대인들은 호흡이 사람의 영혼이 자리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초기 장례 비문을 보면,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서 그 무덤에 누가 누워 있는지 알리고자 지나는 행인에게 "목소리를 빌려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구절이 있다. - P348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글로된 텍스트가 온전히 완성되려면 살아 있는 목소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글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읽기를 시작한 독자는 정신적이고 음성적인 점유물이 된다. 다시 말해 작가의 호흡이 그의 목에 침범하는 것이다. 독자의 목소리는 글자에 결합된다. 작가는, 이미죽었다 하더라도, 독자를 소리의 도구로 사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작가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독자에게 힘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고대인들은 읽기와 쓰기를 노예가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예의 기능이 바로 섬기고 복종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P349

한편 독서를 사랑하는 자유인은 다소 의심을 받았다. 오직 텍스트를 듣는 사람, 글자에 자신의 목소리를 종속시키지 않고 타인이 읽는 것을 듣는 사람만이 안전했기 때문이다. 키케로가 그랬듯이, 사람들에겐 독서 노예가 별도로 있었다. 그 노예들은 책을 읽는 순간 자신이기를 멈췄다. 그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나‘를 말해야 했다. 그들은타인의 음악을 위한 악기에 불과했다. 
흥미롭게도 플라톤의 작품이나카툴루스(Catullus)의 작품에서 이 행위를 가리키기 위해 활용된 메타포는 성매매 혹은 성관계에서 수동적 파트너를 지정하는 데 사용된 메타포와 동일하다. 따라서 독자는 텍스트에 비역을 당하게 된다. 책을 읽는 것은 알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몸을 빌려주는 난잡한 행위였다. 그것이 시민 계급과 완전히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진 않았지만, 당시에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악습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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