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의 총성]
쏘지 않겠네.
실비오가 대답했소.
나는 만족하오. 당신이 당황하고 겁먹는 모습을 본 걸로 만족해. 당신이 나를 쏘게 만들었으니 이걸로 되었소. 나를 기억할테지. 당신의 양심에 당신을 맡기겠소.
그는 이렇게 말하고 곧바로 나가려 하다가 문가에 멈춰 서더니, 내가 총을 쏜 그림을 힐끗 쳐다본 후 조준도 하지 않고 총을 쏘고는 사라졌소. 아내는 기절했고 종복들은 그를 붙잡을생각도 못한 채 공포에 
떨며 그를 지켜보고만 있었소. 그는 현관으로 나가 지나가는 마부를 불러 세운 뒤, 내가 미처 정신을차리기도 전에 떠나버렸소." - P49

백작은 말문을 닫았다. 이리하여 나는 예전에 내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야기의 첫머리가 어떻게 매듭지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 P49

[눈보라]
"이럴수가!"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당신의 가엾은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
"모릅니다."
부르민이 답했다.
"제가 결혼식을 올린 마을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어떤 역참에서 출발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때는 제가 한 고약한 장난이 죄인 줄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교회를 출발하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고, 이튿날 아침에야 세번째 역참에서 눈을 떴습니다. 그때 저와 같이 있었던 종복이 전쟁 중에 죽어버려서 제가 그토록 잔인하게 농지거리를 했던 그 여인을 찾으리라는 희망이 없어요. 이제는 그녀가 이토록 잔인하게 제게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럴 수가!" - P81

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그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당신이었던 거로군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겠어요?"
부르민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그는 그녀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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